[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걷잡을 수 없다면

입력 2016-04-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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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목월이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고 노래했던 4월도 어느덧 후반이다. 시인이 읊은 꿈의 계절(?)답게 한낮 꿈속을 헤매는 이들이 많다. 봄의 복병 춘곤증 때문이다. 낮잠 자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의자에 목을 기댄 채 머리를 뒤로 넘기고 자는 이, 팔을 베개 삼아 책상에 엎드려 자는 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손에 펜까지 들고 자는 이(고교 시절 안경 렌즈에 눈을 그려 넣고 이 자세로 잔 적이 있다!), 고개를 앞뒤좌우로 노를 저어 가며 자는 이…. ‘새벽을 뛰는’ 석간신문 기자들에게 낮잠은 보약과도 같다.

세계적 위인, 천재들도 낮잠을 즐겼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낮잠 예찬론자이다. “내 활력의 근원은 낮잠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런던을 폭격할 때에도 방공호 안에서 낮잠을 잤다. 낮잠을 즐기던 습관이 전쟁통에도 어김없이 작동했던 것이다. 나폴레옹은 낮잠을 자면서 전투 계획을 세웠다. 말을 타고 이동할 때에도 낮잠을 잔 ‘쪽잠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 에디슨은 물론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 미술가이자 건축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석유 재벌 록펠러 등도 매일 낮잠을 즐겼다.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낮에 말없이 사라져 오후 일정이 베일에 싸였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그 시간에 낮잠을 즐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인이라면 오후 2시께 할 일은 많은데 내려앉는 눈꺼풀 때문에 괴로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껌을 씹고, 스트레칭을 해 봐도 걷잡을 수 없는 졸음에 무너지고 만다. 이처럼 주로 ‘없다’, ‘못하다’와 함께 쓰여 ‘무엇을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 따위를 붙들어 잡다’라는 의미의 말은 ‘걷잡다’이다. “바람에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등과 같이 활용된다. ‘걷잡다’는 또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두려움”처럼 ‘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걷잡다’를 ‘겉잡다’와 혼동하는 이가 많다. 두 단어는 발음이 [걷짭따]로 같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겉잡다’는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다’라는 뜻. “그는 키가 겉잡아 190센티는 넘어 보였어” “겉잡아도 일주일은 그곳에서 일해야 해”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걷잡다는 ‘거두어 붙잡다’, 겉잡다는 ‘겉을 보고 어림잡다’의 줄임말로 기억한다면 잘못 쓰는 일은 없겠다.

‘낟알’과 ‘낱알’도 생김이 비슷하고 발음이 같아 헷갈리겠지만 잘 구분해 써야 한다. ‘낟알’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곡식의 알, 즉 쌀알을 뜻한다. 반면 ‘낱알’은 셀 수 있는 물건의, 하나하나 따로따로인 알을 나타낸다. 시골 마을에 가면 낟알이 붙은 곡식이나 나무, 풀, 짚 등을 쌓은 낟가리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낱가리’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최근 낮잠의 좋은 점을 소개했다. 정신이 맑아진다. 창의성이 좋아진다. 생산성이 높아진다. 기분이 좋아진다. 스트레스를 날린다. 아하! 졸릴 땐 낮잠을 좀 자야겠다. 물론 시간 관리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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