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고위층 3인방의 전격적인 방남 행보를 통해 그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모드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행보에서 10월말이나 11월초 남측이 원하는 시기에 고위급접촉 수용을 제외하고 중대발표는 없었지만, 이후 조치여부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 사업 등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4일 최측근으로 알려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비서 등 3인의 ‘실세’로 꾸려진 대표단을 내려 보냈다. 이들은 이날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환담을 시작으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남측 대표단과 오찬회동에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 여야 대표들과 연속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해 북한 선수단을 치하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김 위원장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5·24 대북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등 주요 쟁점들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황병서는 정 총리와의 면담에서“소통을 좀 더 잘하고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는 대통로를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김 실장과의 오찬회동에서 우리 측이 제안한 2차 남북고위급접촉을 10월말∼11월초에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가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북측이 먼저 변해야 우리 대북정책도 변한다’는 대북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여당 역시 이에 동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5일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 등의 중단과 함께 6년째 손을 놓고 있는 대북경협 관련 기업들은 이번 방문을 통한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남북 고위급 인사들이 만나 2차 남북 대화가 잘 성사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돼 금강산 관광이 하루빨리 재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