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은 은행의 신상품 개발실인가

입력 2006-09-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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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상품 은행에서 모방…“홍보도 두렵다”

모든 금융기관의 고민 중 하나가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금융기관이 상품개발부서를 두고 신상품을 끊임없이 출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새롭게 설계된 신상품에 대해서는 독점권을 부여해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등 ‘독특한’ 상품 개발은 금융기관의 과제다.

저축은행도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열악한 영업환경 속에서 톡톡 튀는 틈새상품을 개발해야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축은행의 상품개발 노력이 헛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좋은 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의 호응을 받고, 수익이 발생하면 타 금융권에 빼앗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에서 히트를 친 상품을 얼마 안있다 은행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한두해의 문제가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상품을 사실상 빼앗긴 경우가 많아 저축은행의 상품개발 의지를 꺾어놓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저축은행은 은행의 신상품개발 시험장’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하고 있다.

예금 상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별둘별셋 예?적금’이다. 이 상품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개발된 상품으로 이 상품에 가입한 후 자녀가 출산될 때마다 0.5%P의 금리를 더 제공하는 상품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정부가 출산정책을 장려책으로 변경하기로 한 지난 2004년 10월에 출시됐다. 지금까지 예금과 적금 각각 50억원 정도가 모였다.

이 상품은 출산장려상품 중 가장 먼저 출시된 상품이지만, 대표 상품은 되지 못했다. 은행권에서 이와 유사한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이듬해 2월, 우리은행은 2005년 9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상품과 유사한 출산장려예금을 출시한 것.

기업은행의 ‘탄생 기쁨 통장’은 지금까지 6213좌에 813억원의 잔액을 기록하고 있다. 또 우리은행 ‘미인통장’은 현재 31만7600좌에 3575억원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그나마 수신상품의 경우에는 저축은행이 은행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에 은행에서 벤치마킹을 하면 오히려 홍보효과를 누린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출상품은 반대로 은행에 금리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의 벤치마킹은 해당 상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최근 저축은행들은 부동산기획대출(PF대출)을 사실상 접었다. 저축은행에 큰 수익을 갔다 주었지만, 정부의 부동산억제 정책이 금융권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이전부터 PF대출에 대한 회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은행에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초기 부동산개발에서부터 자금을 지원, 온갖 리스크를 안고 시작했다. 반면 은행은 분양단계에 들어간 부동산에 대해 자금을 지원했다. 결국 리스크가 큰 개발단계에 투자한 저축은행의 대출을 은행에서 저금리로 가져간 것이다. 저축은행은 금리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고스란히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98년 당시 동방금고는 개인택시를 담보로 한 상품을 출시했다. 한국저축은행, 동부저축은행 등도 이 상품을 취급, 짭짤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후 기업, 조흥은행, 농협 등이 저축은행보다 낮은 금리와 넓은 영업망을 바탕으로 저축은행 시장을 공략했다.

또 삼신저축은행에서 시작한 교회대출도 수협과 농협에서 뛰어들었다.

현재도 저축은행들은 똑똑 튀는 틈새시장 공략 상품을 다수 출시하고 있다. 대영저축은행의 ‘냉동고기 담보대출’, 솔로몬저축은행의 ‘인턴십대출’ 등은 다른 곳에서 생각해 내지 못한 저축은행만의 상품이다. 이들 상품을 적극 홍보해야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언제 또 은행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틈새시장을 발굴해 홍보를 하려 해도 은행권이 모방할까 두려워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저축은행의 신상품들이 대부분 대상을 특정화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품 도용을 막을 길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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