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이통사, 이제 큰물에서 놀아라

입력 2014-05-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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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95년. 국내 통신업체들은 주파수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이동전화와 개인휴대통신(PCS) 등 무선통신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충분한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주파수 규모가 성공의 열쇠라고 관측되던 시대였다.

그 후로 몇 년간 통신사들은 PCS뿐 아니라 무선호출(삐삐), PC통신 시장에서도 ‘엎치락뒤치락’ 순위 경쟁을 멈출 줄 몰랐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실제로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경쟁 구도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단독 영업기간 동안 최대한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신시장을 표현하는 말은 늘 ‘진흙탕 싸움’, ‘밥그릇 경쟁’, ‘제로섬 게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생 협력을 모색하며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시장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유독 통신업계가 이 같은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글로벌 시장 선점’에 있다. 국내 시장이 주 무대인 통신업계는 좁은 시장에서 파이를 나눠가져야 하는 만큼 아옹다옹 밥그릇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업계 특성상 통신 분야가 규제가 강한 만큼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워 성공 사례도 없다. 가령 SK텔레콤이 2000년대 중반 미국, 중국 등에 진출했지만 결국 몇 년 안 돼 사업을 접어야 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반면 해외시장이 주 무대인 해운, 조선업계를 예로 들어보자. 이 업계는 태생부터 다르다.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상당히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음에도 타사를 걱정하고 상생을 고민하기에 바쁘다. 해외시장이 경쟁 대상인 만큼 한국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염려하는 글로벌 기업다운 자세다. 최근에는 철강·조선·해운업계 등 3개 업종 관계자들이 모여 상생협력을 위한 동반성장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얼마 전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ICT 생태계를 주도하고 기술과 성장을 이끌어가야 할 통신 사업자들이 뺏고 뺏기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 상품, 서비스 품질로 이 같은 경쟁 판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또 앞서 그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회장 자격으로 “신규 서비스 창출과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 통신시장의 파이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황 회장의 바람대로 국내 통신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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