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귀재 최정원, 25년 만에 개성 조연 택해 뮤지컬 ‘고스트’ 서다[배컴 단독인터뷰]

입력 2014-05-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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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고스트' 프레스콜에서 배우 최정원.(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열정적인 그녀, 최정원은 또 하나의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바로 25년 만에 조연으로 나선 것이다. 주원, 아이비 등의 후배와 함께 뮤지컬 ‘고스트’ 무대에 6개월째 서고 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각색한 ‘고스트’ 무대에 설 수만 있다면 하다못해 단역이라도 상관없었었어요. 제 청춘 시절 나온 영화였는데, 꼭 원하던 무대였지요. 주인공을 빛내주는 소금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정원은 ‘고스트’에서 남녀 주인공 샘과 몰리의 사랑을 이어주는 돌팔이 점성술사 오다메 브라운으로 등장한다. 원작 속 오다메 브라운은 우피 골드버그가 연기, 파워풀한 존재감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여기에 최정원은 자신만의 역량을 결합시켜 국내 관객의 몰입을 도왔다.

“애초에 우피 골드버그가 연기한 오다메 브라운이 존재했기에, 극 중에는 흑인정서를 바탕으로 백인을 겨냥한 웃음 코드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번역극 같은 느낌을 덜어내고 싶었습니다. 웃음 코드를 바꾸고 순발력을 살려 저만의 오다메 브라운을 탄생시켰죠. 오리지널 제작진이 감탄하고 인정해줘 고마웠습니다.”

▲뮤지컬 '고스트' 속 최정원.(사진=신시컴퍼니)

일례로 최정원은 “워낙에 뚱뚱한 외모의 역할이기에 본고장 등 기존 무대에서는 핸드 마이크(Hand Mike)를 쓴다. 그런데 연습 첫 날, 외국에서 온 연출진이 제 춤을 보고 ‘오 마이 갓!(Oh My God)’이라고 놀라더니, 마이크를 내려놓고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오히려 지금은 약간 자제하라고 할 정도”라며 웃음 가득한 에피소드를 드러냈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에서 선보여졌던 ‘고스트’에서 오다메 브라운이 손에 드는 마이크를 쓰지 않게 된 건 이번 국내 ‘고스트’가 무대가 처음이다.

최정원은 우리나라가 창이나 판소리라는 장르의 본고장이듯,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가 뮤지컬 장르의 본토이기에 오리지널 제작진의 정서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꼭두각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녀의 역설이다.

“많은 후배가 자못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는데, 오리지널 제작진과 함께 한다고 해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 1988년 첫 뮤지컬부터 해외 스태프와 일하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은) 배우와 연출, 스태프 간 상하관계가 없다는 것을 배웠는데요. 결국 교류를 통해 서로 의견도 통하는 부분이 생겨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존중한다거나 스태프가 감독과 배우 밑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죠.”

자신만의 매력으로 오다메 브라운을 재탄생시킨 최정원은 벌어진 다리에 닭벼슬 같은 머리 모자, 한껏 멋을 냈지만 어딘가 촌스러운 외모 치장으로 나타나 뚱보 사기꾼, 수다쟁이, 아줌마를 연상시킨다.

이 같은 최정원의 캐릭터 해석은 작품 자체에 대한 국내 관객의 이해와 호소를 위한 방편으로 이어져 가치를 발휘했다. 160억의 제작비로 전면 배치된 LED, 눈을 의심케 하는 홀로그램 등 마술적장치가 돋보이는 ‘고스트’에는 죽은 이와의 사랑에 대한 깊은 감정이 녹아들어야 했다. 관객으로서는 생경함이 묻어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우리 ‘고스트’에는 암전이 없습니다. 항상 LED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배우들은 감각만으로 정확한 위치에 서야 해요. 관객석에서 보는 것처럼 LED 속 ‘여기가 집이다, 지하철이다’라는 것을 전혀 볼 수가 없지요. 이처럼 LED가 배우에게 편한 건 아니지만, 관객에게는 화려함으로 다가갈 수 있잖아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뮤지컬 ‘시카고’ 세트처럼 오로지 블랙, 레드만 보여서 배우의 역량으로 채워야 하는 무대도 있고요. 최첨단의 기술로 만들어진 ‘고스트’는 그만의 매력이 작품에 도움 된다고 생각해요. 역할의 지위, 나이, 직업에 따라 캐릭터 연기를 달리하듯, 무대 세트에 따라 배우가 연구를 달리하는 것도 재미있답니다.”

▲뮤지컬 '고스트' 속 오다메 브라운을 연기하는 배우 최정원.(사진=신시컴퍼니)

최정원은 국내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의 성격과 관객의 즉각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사를 바탕으로 관객을 장악하고 작품 공감을 배가시켰다.

“저는 영혼이 진짜로 있다고 믿어요. 연기는 진짜로 해야 되는 거니까요. 우리나라처럼 동양은 서양보다 영혼이나 사후 세계 등에 더욱 공감 폭이 크죠. ‘고스트’가 한국 정서에 더 맞는다고 생각되는 이유고요. 나쁜 인물은 결국 악귀가 끌어내는 등의 전개는 현실에서 우리가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답니다.”

국내 유일하게 ‘시카고’ 속 관능적인 벨마와 록시를 모두 소화해낸 이력의 배우 최정원이 우스꽝스러운 외모와 유쾌함으로 무장한 ‘고스트’로 관객과 만나는 순간은 반전 매력 그 자체다. 죽은 이와의 때 늦은 교감에서 시작되는 ‘고스트’에서 최정원은 인물 간의 진실한 사랑의 대화를 가능케 하는 매개체로 분한다. ‘고스트’는 막을 내리며 ‘이 순간’이라는 단 세 글자를 관객을 향한 무대 전면에 띄운다.

“제게 인상 깊은 ‘이 순간’은 바로 매일 있을 커튼콜이에요. 커튼콜 전에 가슴이 가장 두근두근거리고 괜히 울컥해요. 무대로 딱 나가는 순간 ‘이걸 위해서 내가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구나’ 라고 싶지요. 인사를 하고 관객석을 보면 항상 뜨거워진답니다. 아마 그 때 빠져나갔던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커튼콜, 그 순간을 위해서 오랜 시간 준비하고, 앞으로도 관객의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면 지금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 무대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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