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늦장·늑장 둘 다 인정…늦장 기관은 아웃!

입력 2014-04-29 18:18 수정 2014-05-0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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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준 후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희생된 단원고 정차웅군의 장례가 고대 안산병원에서 치러졌다. 차웅군의 유족은 아들의 마지막 길에 최하등급인 41만6000원짜리 수의(壽衣)를 입혔다. 검도 유단자로 키 180㎝가 넘는 듬직한 덩치에 맞춰 제작한 특수관(棺) 역시 27만원짜리로 가장 저렴했다. 장례비가 국가에서 지급되는 만큼 한 푼의 세금도 낭비해선 안 된다는 차웅군 아버지의 뜻이었다. 부자의 의연한 이별 모습에 더욱 숙연해지고 왜소해지는 느낌이다. 의로운 청년 차웅군은 그렇게 마지막 길 역시 아름답게 떠났다.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과 긴 한숨을 남긴 채 사고 희생자들이 하나 둘씩 떠나는 가운데 참사 14일째를 맞았다. 하지만 29일 오전 10시 현재 아직도 실종자 109명의 생사는 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종자 구조와 희생자에 대한 애도에 마음을 모으던 국민들은 이제 청와대 게시판에 정부의 늦장대응을 질타하는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이 열리지 않을 정도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보여진 정부의 늦장대응 등 무능함과 진정성 없는 태도 등을 질타하는 내용들이다.

특히 늑장대응 대목에서는 청와대뿐만 아니라 전 정부기관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느껴져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전 국민을 화나게 한,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가 바로 ‘늦장’이다. 그런데 어떤 매체들은 ‘늑장’, 또 다른 매체들은 ‘늦장’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늑장대응’과 ‘늦장대응’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맞다. 표기는 다르지만 뜻은 같은, 소위 복수표준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늑장보고/늦장보고’, ‘늑장행정/늦장행정’ 등 단어 선택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말에는 ‘늑장/늦장’ 외에도 복수표준어로 인정하는 단어가 여럿 있다. 쇠고기/소고기, 멍게/우렁쉥이, 애순/어린순, 거짓부리/거짓불, 노을/놀, 막대기/막대, 망태기/망태, 찌꺼기/찌끼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에는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있지만 표준어 대접을 받지 못해 논란이 컸던 짜장면(자장면), 먹거리(먹을거리), 맨날(만날),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눈꼬리(눈초리), 복숭아뼈(복사뼈), 택견(태껸), 개발새발(괴발개발) 등 39개 단어가 표준어로 인정됐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어가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립국어원이 언어 규칙에 예외를 허용해 이들 단어를 표준어로 인정한 가장 큰 이유다. 같은 뜻이지만 두 단어 모두 활발히 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 조직은 언어와 다르다. 모습과 이름은 다르나 기능과 역할이 비슷하다면 두 개 이상의 조직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 책임을 두고 국가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안전행정부와 해상재난을 관할하는 해양수산부, 국토부 등이 책임 공방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사고 수습에 부처 간 혼선이 일었다는 건 분명 필요없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해수부든 안행부든 국토부든 정리할 건 빨리 정리해야 한다. 국민을 위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조직을 감싸안고 갈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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