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물고기’ 대만 틸라피아 선진 양식산업 현장을 가다

입력 2014-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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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품질관리와 기술개발로 대만 수출 효자상품으로 등극

# 마치 바닷가의 드넓은 염전을 평야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언뜻 보면 저수지 같았지만 광할한 토지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은 민물 양식장 이었다. 양식장 한 가운데엔 모터가 달린 산소발생 기계가 작동하고 있었다. 어부가 그물을 던지니 어른 팔뚝만한 생선이 끌어올려졌다. 족히 2kg은 돼 보이더니 이내 살아 숨쉬며 팔딱거렸다. 직접 손으로 눌러봤다. 육질이 탱탱했다.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는 대만의 민물 돔인 ‘틸라피아(tilapia)’다.

13일 기자가 찾은 곳은 대만 남부지역의 주요 도시인 대남시(타이난) 학갑구 난잉시에 위치한 틸라피아 양식장. 양식면적은 1100ha로 320곳의 어가가 틸라피아를 비롯해, 장어 쓰무위 백새우 숭어 등을 양식하고 있었다.

▲대만 대남시(타이난) 학갑구 난잉시의 한 틸라피아 양식장에서 어부가 틸라피아를 들어보이고 있다.

틸라피아 양식업자 12명은 가공 공장 2곳과 함께 지난해 수산물 분야에 있어 유럽의 ‘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수산양식인증 중 가장 문턱이 높다는 ASC의 ‘틸라피아 기준’은 국내외 규칙 준수를 비롯해 서식지와 생물다양성의 지속 가능 경영, 물 절약, 종 다양성 보호, 사료의 책임있는 사용 등 7개 검증지표가 포함한다. 이에 더해 61개의 개별 기준을 포함한 노동권도 지켜져야 한다.

채아옥 난잉 양식생산자협회 이사장은 “전세계에서 24장의 ASC 인증서가 발급됐는데 이 중 12장을 이곳 지역의 양식장에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틸라피아는 8가지 필수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21세기 물고기’라 불리는 대표적인 양식어종이다. 대만의 틸라피아 양식업은 이미 선진화된 산업 수준에 올라 있다. 연간 양식량 7~8만톤 중 절반 가량이 유럽 미국 일본 등에도 수출되고 있다. 이같은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술력에 기반한 품질이었다. 대만은 우수한 퀄리티를 대표할 수 있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치어번식기술, 양성기술, 사료배합, 가공기술 등을 발전시켰다. 특히 양식장은 대형 플라스틱 수조가 아닌 땅을 파 흙으로 바닥을 다지고 물을 채워넣어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열대해양성 기후인 까오슝 지역의 특성상 일조량이 풍부한데다 이러한 자연친화적인 양식 방법으로 광합성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각종 영양분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천연 영양분을 먹고 자란 양식 어종들은 튼튼해지고 육질도 좋아진다고 한다.

위생 및 품질관리도 눈여겨 볼만 했다. 틸라피아 양식업자는 물론 가공업체도 위해요소 중점관리(HACCP) 마크 및 EU(유럽연맹), SQF(미국), ISO22000 등의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했으며 식품위생안전과 관련된 규범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 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실시하는 최대 36가지 항목에 대한 정밀검사를 거쳐 합격한 제품만 통관되고 있다.

양식기술 연구개발 수준도 상당한 편이다. 대만에서는 장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어종(70여종)에 대해 치어(알에서 깬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물고기) 양식이 가능하다. 틸라피아의 경우 1946년 처음 싱가폴에서 들여온 후 50여년이 지난 지금, 품종개량 등을 통해 한 마리당 평균 무게는 1kg 이상으로 커졌으며 전체의 95%가 수컷으로 단일 성별을 유지하고 있다. 채준웅(蔡俊雄) 대만틸라피아협회장은 “육질이 좋거나 또는 세균번식에 강한 치어로 각각 특화해 성어로 키울 수 있을 만큼 대만의 양식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대만 고난시(카오슝시) 틸라피아의 한 가공공장에서 틸라피아를 필렛(fillet)용으로 손질하는 모습.

이에 비해 국내 양식업은 피복철망, 플라스틱 망에 가둬 기르는 해상가두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양식어업생산량은 연간 150만톤으로 전세계 7위를 기록했지만 생산액(매출액)은 1900달러로 12위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생산성이 낮다는 얘기다. 대만이 생산량이 18위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매출액 규모로는 14위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품질·위생 관리에도 대만의 틸라피아 양식·가공산업은 작년 10월 국내 한 TV 방송국 보도를 통해 직격탄을 맞았다. 대만 틸라피아가 국내에서 도미로 둔갑해 판매됐으며 세균감염 우려에도 횟감으로 유통됐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한국 시장 수출 비중이 40~50% 정도(필렛 형태로는 3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외면은 곧바로 대만 양식업자, 가공업체들의 수익 급감으로 이어졌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횟감용 틸라피아 수입량은 2012년 1712톤에서 작년 1563톤으로 줄었으며 생산액도 같은 기간 1만5700톤에서 1만4400톤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만 수산청과 틸라피아 업계는 기자회견, 국내 박람회 참가, 양식장 견학 등을 통해 대만산 틸라피아 생선회가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수출량은 여전히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채 협회장은 “횟감용으로 쓰이는 2kg짜리 틸라피아는 깨끗한 물과 사료가 제대로 공급되는 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며 “최근 3년 동안 대만에서 양식된 틸라피아에서는 어떠한 약물도 검출되지 않았으며, 특히 한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틸라피아 가공업체는 국제표준 인증과 한국의 까다로운 수입통관심사를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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