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정보 전쟁터' 된 인터넷 공간 -홍진석 온라인에디터ㆍ부국장 겸 국제경제부장

입력 2014-01-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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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고전적인 애칭은 ‘정보의 바다’였다. 그러나 최근의 인터넷 흐름을 보면 ‘정보 전쟁터’가 제격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인터넷 도감청 파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주요 업체들도 방대한 고객정보를 쌓아두고 서비스 개발에 활용해 왔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정부는 개혁과 개방노선을 유지해오면서도 인터넷에 ‘죽(竹)의 장막’을 거두지 않았다. 중국 내 인터넷 통제와 감시는 구글 등 주요 미국 인터넷 기업의 철수로 이어졌다.

어찌보면 이같은 정보수집과 통제에 따른 갈등은 인터넷 자체가 지난 세기 이념 갈등으로 양극화된 세계질서에서 탄생한 사실에 비춰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인터넷은 핵전쟁 발발시 생존자 간 소통이 가능한 통신망을 마련하고자 했던 미국 정부와 학계, 그리고 국방 당국의 공조체제에서 탄생했다. 보안위협에 대한 대비나 개인정보보호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인터넷에서 개인정보 누출이나 보안위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인터넷 자체의 태생적 한계 탓이다.

1957년 소련(현 러시아)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했다. 냉전체제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미국의 자부심은 일거에 무너졌다. 당장 2차대전부터 한국전쟁까지 이어져온 민관군 협의체도 부활했다. 핵전쟁 발발시 지휘부가 붕괴하더라도 생존 가능한 통신망의 개발에도 착수했다.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이 탄생한 배경이다.

군산복합망인 아르파넷에서 민간부문이 인터넷이란 이름으로 독립한 뒤 닷컴돌풍 시대를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그러나 생존성 우선으로 설계된 인터넷은 ‘정보유출의 온상’이란 맹비난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핵전쟁 대비를 위해 최후의 통신망으로 출범했지만 정보 보안에 대한 태생적인 한계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산업에서도 개인정보의 핵심인 주민등록번호를 허투루 관리한 탓에 회원들의 대거 이탈로 붕괴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국내 포털업체 가운데 3강에 올랐던 한 업체의 몰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이메일 주소만으로 전 세계에서 회원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2012년 이전까지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을 주고객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해외진출에 나선 일부 기업들도 다국어 버전을 통해 전 세계 회원들을 통합 관리해온 미국 인터넷 기업들과 달리 국가별로 다른 법인, 다른 웹페이지를 개설해야 했다. 언어와 국적이 다른 회원간 교류는 물론 규모의 경제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이메일만으로 손쉽게 가입 가능한 미국 인터넷 기업들은 빅데이터란 신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전 세계 회원들의 활동 내역을 빠짐없이 살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억명 회원들의 동선과 활동 내역을 고스란히 저장할 수 있게 될 정도로 기술은 발전했고 비용은 줄었다. 시장경제 대신 계획경제를 꿈꿨던 소련과 동구의 계획경제 신봉자들이 바랐던 시장을 대체할 만한 수요의 내용과 흐름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정도라는 빅데이터 전문가들의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페이스북 가입자들은 페이스북이 회원정보를 바탕으로 추천한 친구들 가운데 동창생이나 전·현직 직장 동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아울러 반가움과 동시에 자발적으로 공개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집요하게 친구관계의 복원을 권장하는 소셜미디어의 공세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 세계 인터넷산업 리더들의 시선은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결단에 쏠려 있다. 미국이 인터넷의 종주국으로서 닷컴혁명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개척해왔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기관과 주요 기업들이 인터넷을 도감청과 개인정보 수집의 통로로 이용해온 사실 여부가 조만간 확인된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 무차별적인 인터넷 도감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국(NSA)의 개혁 방안 역시 인터넷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침이 되길 기대한다. 인터넷을 빅브라더들의 정보 전쟁터로 방치할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른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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