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그들만의 기능올림픽- 정재석 사회생활부장

입력 2013-11-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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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능올림픽대회 선수단, ‘금의환향’” “한국, 기능올림픽 9연패 위업”

70~80년대 2년에 1번씩 각종 신문 1면을 장식했던 화려한 헤드라인들이다.

당시 국가대표 선수의 환영행사는 국가적 규모로 치러졌다. 정부는 금의환향하는 메달리스트를 위해 공항에서 도심까지 카퍼레이드를 했으며 국민 모두 그들을 반겼다.

우리나라가 첫 우승을 차지한 1977년 네덜란드 대회 이후 기능올림픽은 사실상 한국의 독무대였다. ‘9연패 위업’이나 ‘20개 대회 중 18개 대회 우승’ 등의 수치는 경이로울 정도다.

국제기능올림픽은 47년 스페인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근로정신을 심어 주기 위해 개최한 전국기능경기대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54년 국제조직위원회가 설립돼 본격적인 국제경기로 발전했고 73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다.

산업화가 절실했던 우리나라는 1966년 1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듬해인 6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6회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참가 인원이 9명에 불과했지만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면서 종합 4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77년 첫 우승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91년 31회 대회까지 9개 대회를 연속 우승하는 전무후무한 성적을 올렸다.

93년 대만에서 열린 32회 대회에서 2위로 밀려나면서 10연패 달성에 실패했지만 바로 그 다음 대회에서 1위 자리를 탈환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우리나라는 77년 대회 이후 국제기능올림픽 우승을 독점했다. 총 20개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단 2번을 제외한 18번을 우승했다. 지난 7월 독일 대회 역시 월등한 성적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그들의 우승 소식은 줄곧 단신 뉴스로만 다뤄지고 있다.

정부는 과거나 지금도 인적자원 개발이 산업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숙련기술자의 저변 확대와 숙련 기술을 우대하는 풍토를 조성해 이들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생각도 그대로다.

그렇게 정부가 반세기 동안 외쳤지만, 기능 직종은 3D업종으로 전락하면서 기피 직업군으로 각인됐다. 정부가 그들을 너무나 오랫동안 외면해왔다.

일례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에서는 4년이 지나면 숙련기능인들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사회에 진출한 숙련기능인의 체계적 관리는 숙련기술의 산업현장 접목과 함께 후학 양성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으로 ‘직업능력개발사업’을 운영 중이지만, 질 낮은 프로그램과 함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훈련기관은 전국에 6300여곳에 달한다. 정부가 작년 이들 위탁기관의 평가를 했는데, 무려 280곳은 아예 평가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취업률과 교육생 만족도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곳이 전체의 7.9%에 불과했다. 반면 38.4%에 해당하는 약 1300곳이 시정명령을 받았고, 평가등급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영세한 기관도 800곳이 넘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들 기관에 대해 행정조치 등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처럼 정부의 산업기능인 양성정책이 겉돌면서 산업현장에서는 숙련기능인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숙련기능인 부족은 2008년 2.4%에서 작년에는 4.2%로 크게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일부 산업현장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의 획기적인 기능인 육성 및 지원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오히려 이들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곳은 기술 선진강국과 신흥국가들이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숙련기능인들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으며, 앞다퉈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숙련기술은 국가경쟁력의 근간이다.

또한 제조 및 서비스업 발전의 기반이면서 동시에 국가적 현안인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청년 취업, 직업안정성 확보와 함께 새 정부가 주창하는 취업률 70%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기능인 양성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기능인들은 85년부터 사라진 카퍼레이드를 바라는 게 아니다. 다만 숙련기능인이 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이들을 존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만 시간제일자리 등이 아닌 실질적인 고용률 70%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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