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유 특허기술 실용화의 과제

입력 2013-11-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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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

해마다 국정감사 때가 되면 약방의 감초 격으로 국가 연구개발 성과, 특히 국유 특허기술의 실용화가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러 국가 연구기관에서 기업이나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기술을 많이 개발했음에도 기술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좋은 기술이 시장에서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무원 직무발명의 처분·관리 및 보상 등에 관한 규정’ 제10조에 따르면 국유특허는 매우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통상실시의 허락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유특허의 전용실시에 외부 요구가 거세지만 지금까지 통상실시 원칙이 고수돼 온 것은 국가 공무원이 개발한 직무 발명을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전용실시와 달리 설정 등록이 없어도 설정 효력이 발생하는 ‘통상실시 원칙’은 경쟁력이 중요한 산업현장의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 즉, 창조경제를 추구하는 현 정부 정책의 큰 흐름을 저해하는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얘기다.

제3자에 대한 자신의 권리 실시가 가능토록 한 통상실시의 경우 비독점성 때문에 제3자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초 실시업체는 추가적 연구개발, 시설투자, 전문인력 고용 등 초기 투자에 따르는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산업현장에서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어느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기술을 선점했다 하더라도 다른 이가 동일한 기술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 결국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통상실시가 원칙인 국유특허기술의 경우 산업체에서 많은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 진입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유특허의 경우 ‘통상실시권을 받으려는 자가 없거나 특허청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국유특허권을 매각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 조항이 없어 실질적 전용실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국유특허 중 전용실시가 허용된 경우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인간의 조혈촉진제 생산을 위한 형질 전환 돼지를 생산하는 방법 및 그 형질전환 돼지’와 산림청에서 개발한 ‘주목종자·씨눈유래의 체세포배 및 체세포배성세포 혹은 그 배양배지로부터 택솔 및 그 유도체를 생산하는 방법’ 2건이 전부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유특허로 등록이 유지되고 있는 기술은 총 3050건이다. 이 중 농림수산업 관련 4개 기관(농촌진흥청, 산림과학원, 수산과학원,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개발한 기술이 2273건으로 74.5%이고, 농촌진흥청 한 곳에서 개발한 기술이 1606건으로 52.7%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유특허의 대부분이 농림수산업 관련 기술이기 때문에 국유특허를 활용하는 기업체도 대부분이 농림수산업 관련 중소기업체들이다. 따라서 타 산업 분야에 비해 경영 여건이 열악한 농림수산 중소기업이 독점권 없는 국유특허를 대상으로 시장 진입을 위한 적극적 투자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진정으로 국유특허 기술의 실용화 촉진을 기대한다면 시장 진입을 위한 초기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말하는 창조경제란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에 접목시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 전략이다.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이 시장에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유특허 기술의 경우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우수한 기술들이 산업화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

지금의 국유특허 통상실시 제도는 전략적 독점권이 필요한 시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 기관에서 개발한 국유특허기술이라 하더라도 공개입찰 경쟁 등을 통한 전용실시(또는 독점적 통상실시)의 선별적 도입이 필요하다. 국유특허기술의 처분원칙도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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