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류’의 현주소]분데스리가 차범근부터 ‘피겨여왕’ 김연아까지

입력 2013-11-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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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에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가 있다. 빠른 발과 대포알 슈팅, 절정의 골 감각을 지닌 청년은 프랑크푸르트 팬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그는 독일 진출 첫 시즌 31경기 12골을 쏟아 부으며 프랑크푸르트를 UEFA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등번호 11번 26세 청년 ‘차붐(차범근)’을 연호했다.

차범근(60)은 89년 은퇴까지 10년 간 308경기 98골로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 기록을 남겼다. 차범근이 프랑크푸르트를 떠난 지 30년이 지난 지금,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은 차범근을 ‘레전드 베스트11’으로 선정, 변함없는 ‘차붐 사랑’을 입증했다.

독일에서 시작된 스포츠 한류는 미국대륙으로 이어졌다. 1994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40)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진출 6년 만인 2000년 첫 완봉승을 비롯해 18승 대업을 쌓으며 한국인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무려 10년 간 팀 내 최다승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리며 LA 다저스의 에이스이자 교민들의 희망으로 떠오른 박찬호는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다저스 팬들은 박찬호가 다저스타디움을 찾을 때마다 “찬호 박”을 연호했다.

메이저리그로 옮겨 붙은 스포츠 한류는 전 세계 필드로 확산됐다. 골프 한류의 원조 박세리(36·KDB산은금융)는 98년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20홀 연장 혈투 끝에 ‘맨발투혼’을 발휘하며 우승컵을 들었다. 당시 연못에서의 맨발 샷은 미국의 스포츠전문 채널 및 각종 매체 선정 ‘베스트 명장면’으로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는 ‘골프 변방’ 코리아에서 온 박세리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골프 강국’ 코리아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박세리는 2004년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르며 다시 한 번 ‘골프 강국’ 코리아의 명성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종목에서도 기적 같은 한류가 일어났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23)와 수영 박태환(24)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등장은 특별하다. 유도·복싱·레슬링 등 투기종목에 의존하던 한국 스포츠가 점차 선진국형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스포츠 스타들의 맹활약은 지도자들의 세계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태권도·핸드볼·양궁·쇼트트랙·배드민턴 등 전통적 강세 종목 지도자들은 세계 각국으로 파견, 훈련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하며 각종 국제대회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태권도는 1960년대부터 전 세계로 파견된 한국인 사범들이 태권도뿐 아니라 한국어와 문화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 스포츠 한류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한국 스포츠 지도자들의 인기는 스포츠 스타 못지않다. 한국 유학생 올즈하스 비스베예브(27·카자흐스탄) 씨는 “얼마전 카자흐스탄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을 물색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태권도연맹에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한국은 기술뿐 아니라 지도 노하우와 리더십도 뛰어나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많은 것을 지니고 있어 인기다”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에 사는 호소카와(45) 씨는 “일본으로 진출하는 한국 스포츠 지도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한국인 지도자는 일본인 지도자와 다른 열정과 패기가 느껴진다. 한국인 지도자에 기대하는 것은 결코 경기력만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전 세계 스포츠 현장에는 국내 기업들의 전폭적 후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올 시즌 LPGA투어 28개 대회 중 한국에서 열린 하나·외환 챔피언십을 비롯해 기아, 롯데 등 3개 기업이 메인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와 스폰서십 체결 중이고, 현대·기아차는 슈퍼볼 광고를 통해 미국 소비자에 브랜드 이미지를 알렸다. LG는 류현진(26·LA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 전시관을 설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 FIFA 월드컵, 2013 애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그리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등 스포츠 빅이벤트를 유치하면서 한국 스포츠에 대한 평판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경기력뿐 아니라 스포츠 외교와 행정, 매니지먼트 등 스포츠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의 스포츠 경기력과 행정·외교·매니지먼트 등 스포츠 전반에 걸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한류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개선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포츠평론가 신명철 씨는 “스포츠외교·행정·매니지먼트 등 스포츠 전문 분야에는 선수 출신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아직까지 선수 출신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학업이 병행되지 않은 것은 원인인 만큼 선수 스스로의 반성과 제도적인 개선이 절실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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