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고영욱, 왜 '소원'을 봐야할까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10-17 09:40 수정 2013-10-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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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과 나영, 그리고 고영욱

▲영화 '소원' 스틸컷(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소원’ 과 나영 그리고 고영욱[배국남의 직격탄]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조조시간대인데도 적지 않는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며 눈물 흘린다. 어떤 이는 가슴 아파서, 그리고 안타까워서 눈물짓고, 어떤 이는 분노에 치를 떨며 흐느낀다. 영화‘소원’을 상영한 12일 서울의 한 극장 풍경이다.

“무서운 아저씨가 보이지 않아 온 힘을 다해 기어 나왔다. 꿈에 악마가 자주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영화 모티브인 나영이의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2008년 8월 조두순에게 잔혹하게 성폭행 당했던 나영이는 3년 후 한 책자에 이 구절을 썼다. 영화 개봉직후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두순에 대한 재처벌 청원 운동 등 성폭력범죄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게 한다. 그리고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연예인 고영욱에게 생각이 미친다.

‘소원’은 복수나 처벌에 초점을 맞춘 아동 성폭력 소재의 기존 영화와 다르다. 피해자와 그 가족이 끔찍한 일 이후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을 회복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 이웃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보내는 따뜻한 시선을 담은 현실에선 거의 볼 수 없는 판타지(?) 영화다. 비록 고통스럽고 차가운 현실 보다 긍정의 판타지를 담은 영화‘소원’이지만 나영이, 그리고 제2의 나영이에게, 우리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자문하게 만든다.

2006년 서울 용산에선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초등학교 성폭행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우리 사회에선 아동 성폭력 범죄를 근절 하자며 갖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더 나아가 ‘어린이성폭력 추방의 날’을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뒤 나영이 사건이 터졌다. 역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건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는 구호만 요란한 각종 대책이 나영이 사건때도 등장했다. 하지만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주아동 성폭력 사건’등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잔혹한 성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2004~2012년 13세 미만 대상 성폭력 사범 접수처리 현황‘에 따르면 접수건수는 2004년 799건에서 2010년 1004건, 2012년 958건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안전행정부에서 지난 7월 일반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안전 체감도’조사에서 54.3%가 성폭력 범죄에 안전하지 않다고 대답했고 성인 여성 66.9%, 중고교 여학생 67.9%가 불안하다고 답했을까.

▲영화 '소원' 스틸컷(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또한 사건만 터지면 실효성도 없는 대책의 난무 속에 수많은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몹쓸 짓으로 인한 엄청난 후유증과 고통을 겪고 있다. 몹쓸 짓을 당한 어린이들이 정부와 사회의 방치와 언론과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행태와 인식으로 인해 죽음보다 더한 현실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삶을 체념하며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제2의 나영이들은 웃음보다는 눈물 짓고 즐거움보다는 아픔속에 살아간다. 희망의 미래보다는 어두운 고통의 과거를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

왜 수많은 대책 속에서도 끔찍한 아동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것일까. 왜 어른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이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아동 성범죄가 급증하는 까닭은 ‘소원’상영 이후 곧 바로 촉발된 ‘나영이 사건 범인 조두순 재처벌 서명 운동’에서 알 수 있 듯 성범죄자에 대한 약한 처벌에서부터 구호만 요란한 전시성 대책, 그리고 성과 성범죄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교육의 부족, 법과 시스템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성폭력의 피해를 당한 아이들이 잘못된 편견과 법과 제도 미비 등으로 인해 몹쓸 짓의 상처를 떨쳐버리기는 커녕 절망과 고통 속에 죄인 아닌 죄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연예인 고영욱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년을 명령했다. 강제성이 없어 죄가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고영욱과 성범죄자,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소원’의 관객들이 왜 가슴을 부여잡고 흐느끼는 지를 알아보기 바란다. 그리고 말이다. 극중 성폭행 당한 아홉 살 소녀, 소원이가 “왜 내가 태어났을까”라는 절규를 하고 “나쁜 아저씨가 또 나오면 어쩌지”라며 공포를 느껴야하는 지를 한번만이라도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성범죄도 정말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 순진한 것이라고 비판해도 좋다. 단 한사람만이라도 성범죄에 경각을 갖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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