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이번엔 “전두환의 꼼수”가 아니길 - 신율 명지대 교수

입력 2013-09-11 10:3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추징금 완납 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자진’이라는 말을 뺀 것은, 돈을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게 된 동기가 여론과 검찰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의 기자회견 내용과 형식도 ‘자진’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어색하다는 이유도 있다. 전재국씨는 기자회견에서 “가족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는 말은 했지만, 어떤 국민도 이런 말에 감동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만일 진짜 사과할 마음이 있었더라면 전두환씨가 직접 나와 사과 성명을 발표하든지, 고령으로 그것이 여의치 못하다면 가족 전체가 나와서 성명을 발표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지금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 중반의 나이라면, 전두환 정권의 폭정으로 인해 인생이 완전히 망가진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 전 대통령 본인의 사과가 필요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과 비교할 때, 전 전 대통령 측의 추징금은 완납된 것이 아니라‘완납 의사’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현금으로 추징금을 완납했지만 전 전 대통령 측은 자신들의 부동산과 미술품을 처분해서 추징금을 완납하겠다고 했다. 부동산이야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또 매각 방법에 따라 그 가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회견 당시 언급된 부동산은 이미 검찰에 의해 압류된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측의 재산을 샅샅이 뒤졌기 때문에 그것이 그들이 가진 전부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믿는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1672억원이라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6년 동안 은행에 가만히 넣어두기만 해도 1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된다는 지적도 있고, 1990년대 당시 전 전 대통령을 조사한 검사가 전씨의 자금 총액은 9000억원이 넘는다고 밝힌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미 밝혀진 부동산만을 처분하겠다는 것이 마치 대단한 것인 양 회견까지 하는 것은 자신들이 전 재산을 털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시도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더구나 선산까지 팔겠다고 나선 것은 여론의 동정을 조금이라도 더 받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사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서민들은 울화통이 터질 만도 하다. 일반 서민들은 범칙금을 기한 내에 내지 못하면 당연히 가산금을 내는데 이런‘높은신 양반’들은 추징금을 16년 동안 안내도 가산금이 0원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렇게 추징금 안내고 버티는 이들에게 사면 복권이라는 ‘특별 선물’까지 안겨줘 이들의 생활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끔 배려해 줬던 과거 정권들의 행태도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만일 이들이 추징금을 완납할 때까지 사면 복권을 시켜주지 않았더라면 이들은 자신들이 불편해서라도 추징금을 이른 시기에 완납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면 복권이 쉽게 되니까 굳이 추징금을 완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은 당사자가 죽을 때까지만 버티면 추징금은 ‘굳어버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법이 미비해서, 추징금의 경우 가산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 법을 고쳐야 하고 사면 복권을 추징금 완납 시까지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아울러 전 전 대통령 측에서 아직 내지 않고 있는 5억원에 이르는 세금도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돈을 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왜 과거에는 돈이 없다며 추징금을 내지 않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반드시 전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듣고 싶다. 그래야만 이번 완납 의사 피력이 또 다른 ‘전두환의 꼼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검찰에게 넘어왔다. 국민이 검찰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포장 주문'인데, 수수료 내라고요?"…배달음식값 더 오를까 '노심초사' [이슈크래커]
  • 작년 로또 번호 중 가장 많이 나온 번호는 [데이터클립]
  •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소송’…상고심 쟁점은
  • 단독 그 많던 카드 모집인 어디로…첫 5000명 선 붕괴
  • '주가 급락' NCT·김희철 원정 성매매·마약 루머…SM 입장 발표
  • 윤민수, 전 부인과 함께 윤후 졸업식 참석…사진 보니
  • 6월 모평 지난 ‘불수능’ 수준…수험생들 “어려웠다”
  • 비트코인, 美 고용 지표 둔화 속 7만1000달러 일시 터치…5월 비농업 지표 주목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6.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8,249,000
    • +0.75%
    • 이더리움
    • 5,346,000
    • +1.37%
    • 비트코인 캐시
    • 682,000
    • +3.41%
    • 리플
    • 728
    • +0.14%
    • 솔라나
    • 240,000
    • +1.31%
    • 에이다
    • 638
    • +0%
    • 이오스
    • 1,115
    • -0.62%
    • 트론
    • 159
    • +0%
    • 스텔라루멘
    • 147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88,300
    • +1.85%
    • 체인링크
    • 24,590
    • +0.24%
    • 샌드박스
    • 653
    • +2.3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