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영웅의 몰락]고개숙인 ‘영웅’들

입력 2013-08-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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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찬•정문술•최규선… 투자대박 포장 솔깃한 사업으로 거액 챙겨

한때 추앙받던 스포츠 스타가 한순간 몰락의 길을 걷는다. 한 스타의 몰락은 이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큰 충격과 실망감을 안긴다. 스타 또는 영웅의 탄생과 몰락은 증시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피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몰락은 더욱 가혹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줄기세포 신화’ 라정찬, ‘벤처신화’ 정문술, ‘유아이에너지 대표’ 최규선. 이들 역시 증시에 신화처럼 등장해 최근 몰락의 길을 걸으며 투자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50)이 구속됐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팔아 5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다. 라 회장은 또 지난 2008년 홍콩에 조세회피용 회사를 세우고 영업자금을 빌려주는 것처럼 꾸며 회삿돈 60억여원을 이체한 혐의를 비롯해 2010년 4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처조카 A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라 회장의 구속이 일반의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그가 ‘줄기세포 신화’로 불리며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열풍을 일으킨 주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라 회장은 지난 2001년 성체줄기세포 전문회사인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했다.

라 회장은 독자 기술로 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을 표준화해 줄기세포 치료 분야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앤앨바이오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메디포스트, 차바이오앤과 함께 줄기세포 대표기업으로 꼽혔다.

우량주들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된 종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줄기세포 치료제의 불법 해외 원정시술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3월 8일에는 합병 공시 번복을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법인에 지정됐고, 15일에는 ‘자본금의 100분의 50 이상 잠식(66.7%)’ 사실이 공시되면서 거래소로부터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라 회장은 공시가 나기 직전 3개월간 자사주 480만여주를 매각, 180억원을 현금화했다.

이어 21일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로 판명나면서 상장폐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시 감사보고서에서 삼일회계법인은 “회사의 주된 영업활동인 줄기세포의 추출, 배양, 보관 및 불출 행위가 국내 및 해외 관계 법률 및 제 규정에 적법한지에 대해 중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상황은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은 라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사고 팔아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적용해 지난 6월 27일 구속했다.

‘벤처신화’로 불리는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전 회장·74)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정 고문은 1990년대 말 미래산업을 통해 소프트포럼, 라이코스코리아, 사이버뱅크, 자바시스템 등 10여 개의 벤처기업을 세우거나 출자하면서 ‘벤처 대부’로 자리잡았다.

‘신뢰와 자율’이란 철학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경영권을 넘겼고 후학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의 재산 중 300억원을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은퇴 후에는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과 카이스트 이사장을 역임하며 벤처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정 고문은 테마주 ‘먹튀’로 낙인 찍혀 있다. 지난해 ‘안철수 관련주’로 묶여 미래산업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때 돌연 주식을 전량 처분하며 개미무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래산업의 악몽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미래산업에 주가 조작세력이 개입한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긴급조치를 통보했다. 긴급조치는 긴급을 요하는 사안의 경우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증권선물위원장이 직접 검찰에 통보해 수사에 나서도록 하는 조치다.

지난 200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 당사자인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회장도 또다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검찰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로부터 공사 대금으로 받은 416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유아이에너지 대표 최규선 씨(53)를 불구속기소했다. 최씨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중 2706만 달러를 비롯해 회사공금 416억원을 자신의 사채를 갚기 위해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대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걸씨에게 접근, 각종 이권을 따내는 대가로 돈을 건넨 일명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2002년 구속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으며, 출소한 뒤 2006년 자원개발 업체인 유아이에너지를 인수해 중동지역에서 사업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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