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토지보상 분쟁의 합리적 해결 - 권진봉 한국감정원장

입력 2013-08-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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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2월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숭례문 방화 원인이 토지보상문제로 앙심을 품은 70대 노인의 화풀이라는 점이다. 유난히 더운 올 여름 전력수급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가운데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력난 방지를 위해 송전탑 건설이 필요하다는 사업시행자와 전자파로 인해 주민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토지소유자 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도로를 개설하거나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때는 어김없이 국민의 재산권을 둘러싸고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러한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우선 생소한 보상이라는 개념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보상이란 쉽게 말해서 국가 등이 공익 목적으로 토지가 필요할 경우 협의 또는 공권력을 발휘해 토지를 수용하게 되는데 이때 토지소유자에게 지급하는 금전적 대가를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수용·사용 또는 제한하거나 보상할 때는 법률에 의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공익과 사익이 공존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분야다.

보상 민원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토지를 취득하려는 국가 등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와의 입장 차이다. 사업시행자는 신속한 사업의 수행을 원하는 반면 토지소유자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익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내놓아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100%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익적 가치도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상을 둘러싸고 보상 투기가 발생하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공정한 사회’ 실천과제로 보상투기 우려가 높은 보금자리신도시지구 및 개발예정지구 등에 대한 단속을 7개월간 실시한 결과 적발 건수가 685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보상 투기로 한몫 잡아보겠다는 세력들 때문에 국가예산이 낭비되거나 정당한 보상을 받은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받는 일이 없어야겠다.

공익과 사익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보상금액의 많고 적음도 문제지만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 간의 소통 부재가 보상민원을 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사업시행자는 밀어붙이기 식의 사업추진보다는 토지소유자들에게 사업의 중요성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한다면 민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전문기관의 적극적인 활용을 들 수 있겠다. 보상에 관한 일반법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는 보상전문기관을 지정해 보상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등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 시행의 원활한 수행과 합리적 보상을 위해 보상전문기관에 보상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 보상전문기관은 보상에 관한 제반 절차를 진행하면서 전문성을 발휘해 다양한 보상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토지보상법령은 다양한 케이스에 대비해 모든 것을 규정해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보상전문기관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유력한 민원해결의 수단이 된다.

한국감정원은 토지보상법상 보상전문기관으로서 그간 많은 사업을 위탁받아 신속하고 원할한 공익사업의 수행과 적정한 보상에 노력해오고 있다. 보상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보상업무 전산화에 힘쓴 결과 국내 최초로 보상관리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특허 등록했다.

최근에는 보상업무 매뉴얼을 발간해 국가, 지자체, 공기업 등 보상관련 담당자들에게 배포했다.

또한 보상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상대상 지역의 노약자,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가가호호 방문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토지소유자들이 각종 보상 관련 필요서류를 직접 준비해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관련 정부부처와 협조, 행정정보 공동이용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공익사업의 원활한 진행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박근혜 정부의 경제부흥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합리적 보상은 국가 정책·사업으로 인한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해 국민행복을 앞당긴다. 보상전문기관의 기관장으로서 보상제도 개선은 물론 정부 국정과제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보상 현장에서 열심히 뛸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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