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잃은 신용평가사] "신용사 등급은 거품"… 증권사 채권 신용애널 목소리에 힘

입력 2012-10-10 09:27 수정 2012-10-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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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평가 한 축으로 자리잡은 채권전문가들

사실 신용평가사의 ‘뒷북 평가’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매번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신용평가사의 수익구조, 과점체제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지만 그렇다고 개선을 위한 뚜렷한 대책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 채권담당 크레딧(신용) 애널리스트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신용평가사 보다 좀더 보수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의 투자의견은 이미 기업평가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두 신용평가사가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A0(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등급 상향한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거품 논란을 제기했다.

이 연구원은 “향후 실적 개선의‘가능성’ 및 계열사(현대차)의 지원‘가능성’ 등이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반복하며 등급 상향을 애써 정당화하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의 ‘건설·해운·조선 계열사를 가진 또 다른 곳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경고성 투자의견을 제시하는가 하면 현대증권, 키움증권 등은‘A0’ 등급 이하의 회사채를 조심하라는 경계멘트를 내놓고 있다.

올해 초 동양증권은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거품이 꽤 존재한다’는 분석을 담은 채권백서를 내놨다.

특히 A등급의 거품이 가장 심하다는 지적이다. 동양증권은 “A등급 회사채 증가는 금융위기 당시 재무적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에 인색했던 탓”이라며“기존 A그룹의 재무적 개선은 더딘데 반해 A그룹으로의 편입은 쉬워지면서 A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내릴 기업은 내리지 않고 올리지 말아야 할 기업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 3년간 A등급이 전체 평가대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개 신용평가사 모두 33% 수준으로 모아진 사실을 놓고‘담합 의심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4월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오른 A건설사(A→A+)의 채권 발행금리가 같은 등급의 회사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투자자와 증권사 신용분석 연구원 모두의 신뢰를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당시 한 증권사 연구원은 “건설업은 조선·해운회사와 마찬가지로 업황이 부진한 탓에 원래 등급보다 1~2단계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채와 비슷한 금리로 발행·거래된다”며 “이는 신용평가사의 등급에 거품이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 현대자동차 계열의 잇따른 신용등급 상승을 두고 크레딧 연구원들간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처음으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현대차의 신용등급(AA+)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서로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증권사 한 크레딧 연구원은 “‘AAA’등급은 해당 업계에서 톱클래스에 있는 기업에만 줄 수 있는데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시장 지위가 톱클래스에 있느냐”고 반문하며 “특히 브랜드 가치가 단시간 안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등급상향이 지나치게 앞서갔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의 크레딧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우수한 실적이 지속되지 못했을 때의 등급 하락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등급 상승은 무리가 있다”면서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이 악화됐을 때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을 하락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증권업계 채권담당 크레딧 연구원들은 신용평가사에 대한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자신들의 투자의견이 회사채에 투자하는 고객들에게 하나의 보완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신용평가사가 처한 현실을 인정해야 하며 모든 등급산정을 불신하는 상황은 경계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그들은 신용등급을 놓고 옳고 그름의 논란이 일고는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기업평가 기준은 신용평가사가 제시하는 신용등급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금융당국이 기업과 신용평가사간 투명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하루 빨리 현실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A증권 연구원은 신용평가사의 등급이 모든 투자자에게 있어 투자기준이 되는 공공재라는 것을 문제로 지목했다. “증권사가 등급을 매길 수는 있지만 이는 독자성을 가진 공공재가 아닌 투자자를 돕기 위해 내놓는 일종의 투자의견에 한정될 뿐”이라며 “하지만 신용평가사의 등급은 하나의 공공재로 신뢰가 생명”이라고 말했다.

B증권 연구원도 신용평가사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신용평가사의 정보분석은 여전히 존중받는 면이 있다”며 “신용평가사 스스로 신뢰 회복하려는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규제도 함께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증권 연구원은 “좋은 것은 빨리 반영하고 부정적인 상황은 늦게 반영하는 신용평가사의 보수적이지 못한 신용등급 평가는 수익구조상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수수료를 지불하는 채권 발행사(평가대상 기업)와 유동화증권을 만드는 금융회사 등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사 또한 하나의 이익집단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안으로 제시됐던 증권사의 독자 신용등급이 신용평가사의 등급보다 더 믿을 수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수수료 지급 등 이익관계에 얽혀 있지는 않지만 증권사가 등급을 매기려는 것도 엄연히 비즈니스적인 측면”이라고 과신을 경계했다.

그는 “개별기업을 모두 들여다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감독당국이 평가 절차를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면서 평가절차를 엄격하고 투명하게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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