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열전] ‘대왕의 꿈’ 의상팀 강윤정 디자이너

입력 2012-09-24 11:09 수정 2012-09-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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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의 꿈' 패션쇼 모습
◇기획 1년 3개월, 화려한 금속 장신구 재현에 집중

현대극이든 사극이든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되는 데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땀이 요구된다.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 작가의 극본집필력 그리고 의상 및 장소 섭외 등 어느 하나가 부족해서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작품이 사극일 때는 의상과 소품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의상은 그자체로 역사이자 시대이고 극중 인물의 성격과 지위등을 알려주는 기표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KBS1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 의복과 장신구 연출은 어떤 사극보다 치밀한 연구가 필요했다. 신라시대를 일컬어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시대라 통칭하는 만큼 고증과 상상력을 버무리는 작업도 필요했다. 그 치열한 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KBS 의상제작팀 강윤정 디자이너를 만났다.

“모든 대하사극이 힘들지만 ‘대왕의 꿈’은 신창석PD가 사활을 걸고 있는 작품이에요. 특히 미술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의 KBS 사극 스타일을 버리고 좀 넘치더라도 화려하고 섬세한 의상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죠.”

준비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다. 무려 1년 3개월에 걸친 자료 작업은 디자이너를 옥좼다. 자료가 많지 않은 삼국시대, 그것도 신라시대를 재현하는데 있어서 상상력이 필요했다.

“방송이 되고 나면 항상 ‘공부는 하는 거냐?’는 식의 시청자 의견을 듣게 되요. 저희도 모르는 게 아니지만 제작 여건 상 역사 그대로를 재현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조금만 이해하고 봐주세요.”

제작비 안배도 중요하다. 200억 원 대작이라고는 하지만 ‘대왕의 꿈’은 총 80부작이다. 각 부서에서 나눠 쓰다보면 의상팀에 할애되는 금액은 넉넉지 않다. ‘대왕의 꿈’은 동시대를 보여주었던 MBC ‘선덕여왕’과 필연적으로 비교되게 된다. 의상 부분도 비껴갈 수 없다. 감독이 요구한대로 뭔가 다르고, 좀 더 화려한 의복을 위해서는 수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의복도 의복이지만 장신구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자수는 다른 방송사도 예쁘게 나왔기 때문에 자수만으로는 승부가 안 되니까 의상에 금속 장식을 많이 달았어요. 금관에 사용되는 작은 금속 장식을 영락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집중적으로 달았지요. 상반신이 잡혔을 때 아주 화려하고 극도로 반짝거리게 연출했지요.”

보이는 모습에서 극도로 화려한 면면을 염두에 두었다면 성공적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고충은 만만치 않다. 제작발표회에서 의상을 입고 참석했던 최수종은 시종 머리를 매만지며 “힘들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시종 의복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들에게는 참 미안하지만…금관을 오래 쓰기 위해서 금도금을 해요. 동판으로 제작하면 가볍겠지만 일 년 이상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튼튼하게 만들지요. 그러다보니 무게가 좀 나가는데 한 시간 이상 쓰고 있으면 머리가 눌리고 아파요. 대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배려를 했어요. 의복 양식과는 좀 다르지만 겨울에 좀 더 따뜻하게 하기 위해 폴라폴리스 소재를 사용해준다거나 하는 형태로 배려합니다.”

‘대왕의 꿈’은 두 명의 왕을 거쳐 가는 이야기 속에 의복도 다양하게 바뀌어야 한다. 향후 이 드라마를 통해 보게 될 의복의 변화도 적지 않은 재미가 될 것이다.

“신라, 백제, 고구려, 당나라, 일본의 의복까지 보여주게 되요.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전통 의복 형태를 띠고 있지만 문무왕 이후에는 좀 더 당풍을 가미한 의복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2회마다 왕과 왕비의 의복은 바뀌고 있는데, 그런 점에 주목해서 보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KBS 의상팀 14년 차 디자이너 강윤정 씨
◇ 방송사 의상팀 디자이너, 인턴십 문 열려있어… 끊임없는 시도가 중요

‘대왕의 꿈’이라는 대작의 의상팀… 어떤 이는 드라마를 보면서 역사를 곱씹어 볼 테고, 어떤 이는 조명의 각도를 눈여겨 볼 것이다. 그중에는 화려한 복식에 반해 방송사 의상팀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될 지모를 일이다.

방송국 의상팀에서 14년 째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강윤정 씨의 첫마디는 “노가다에요”였다. 그만큼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얘기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는 “기본적으로 타고난 감각이 중요하죠. 색채감이라든가 드로잉 능력이라든가…디자인 전공은 필수고요. 요즘에는 컴퓨터 작업에도 능해야 하고,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 줘야 합니다. 일반 기업체처럼 정해진 출퇴근, 휴가가 있는 게 아니에요. 일에 따라서 쉬고, 일에 따라서 일하는 게 우리 일의 특성이니까요.”

이 뿐이 아니다. 디자인만 잘 한다고 일을 잘 하는 게 아니라는 게 강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감독, 작가, 배우, 시청자, 발주업체, 누리꾼까지…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 한 둘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적어도 방송사 의상팀 디자이너는 예술을 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을 갖췄다 하더라도 방송사, 그것도 공영방송인 KBS 입사는 공채 시험이라는 난관을 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꼭 KBS가 아니더라도 지상파 3사 동일하게 공채를 통해 의상팀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있다. 공채를 통과한 디자이너들은 동시에 3~4 작품을 병행하게 된다.

“늘 아이디어를 내야하고, 여러 작품을 하다보면 체력적인 한계도 느끼지만 일반 어페럴 쪽보다는 좀 더 창의적인 일이 많아서 지루하지는 않아요. 각자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그에 대한 보람도 많이 느끼기 때문 가치 있는 일이지요. 물론 창작의 고통은 심하지만 한 번 해보면 굉장히 매력 있는 일임에는 틀림없어요.”

공채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인턴십 등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실제 KBS 의상팀에서도 방학시즌에는 대학생 인턴을 받고 있어 기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물론 열정과 인내가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다.

“막연한 상상보다는 경험을 통해서 적성에 맞는지 알아봐야 되요. 일보다 사생활이 우선인 사람은 견디기 힘듭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서도 이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하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세요. 저 같은 경우 비교적 일을 빨리 시작해서 경력을 바탕으로 특채 합격 한 경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20대를 통틀어 경험 쌓기와 방송사 문 두드리는데 소비한다는 각오로 하셔야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강 디자이너는 방송사 의상팀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되묻는다.

“공채 시험에 필요한 공부 이외에도 체력, 인내심, 말주변, 적극적인 태도…모두 준비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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