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해외수주 5000억달러]현대건설, 토목공사부터 플랜트·원전까지…'건설보국' 맏형

입력 2012-06-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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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빚만 남긴 첫 해외공사 '태국 고속도로'…지난해 카타르 화력발전 수주까지 도전의 역사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진출 47년만에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처음으로 수주한 이후 138개국에서 5013억달러(8638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특히 2007년 이후 지난 5년간 수주금액이 전체 수주액의 절반이 넘는 3000억달러에 달해 해외건설 수주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14년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 연간 1000억달러 수주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이투데이는 외화 획득을 위해 열사의 사막과 미지의 정글, 혹한의 오지에서 대규모 건설공사를 수행하며 건설보국의 첨병 역할을 수행한 국내 건설사의 지난 47년간의 발자취를 되짚어 봤다.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의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으로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이 공사를 통해 국제 시방서에 의한 공사 경험 및 우수한 고속도로 시공기술을 가지게 됐다. 사진은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 현장.
건설업계 맏형, 건설 종가(宗家), 건설 명가 등 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국내 건설업계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건설을 빼고는 감히 우리 건설사를 논할 수 없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크고 작은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고부가가치 플랜트·원전 및 대형 건축물 시공에 이르기까지 건설 전 분야를 섭렵하며 한국 건설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현대건설의 해외건설 진출 역사는 국내 최초 해외수주액 800억달러 달성, 플랜트 사상 최단기간 완공, 국내 최초 고부가가치 공종 진출, 사상 최대 규모 공사 등 한마디로 정의해 개척과 도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2010년 110억 달러가 넘는 해외 수주고를 기록하며 단일 업체로는 최초로 연 해외수주 1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2011년 8월 초에 싱가포르 사우스 비치(South Beach) 복합빌딩 개발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800억 달러가 넘는 해외 수주금액을 기록했다. 올해 안에 현대건설은 해외수주 누적액 900억 달러 달성이라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건설 도전, 프론티어 정신 =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의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으로 해외사업을 개척해 왔다.

태국 건설성 도로국이 발주한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에서 현대건설은 독일, 일본 등 16개국 29개 업체와 겨룬 끝에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시 공사는 오히려 손해를 봤지만 태국 진출을 통해 습득한 국제시방서에 의한 공사 경험 및 우수한 고속도로 시공기술은 고스란히 귀중한 자산이 됐다.

당시 현대건설이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한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해외에 나가 선진기술을 익힘으로써 기술혁신을 이룩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국내 건설의 침체로 둔화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당시 태국에는 서독, 이탈리아, 덴마크 등 외국의 선진 건설업체가 대거 진출해 있었다. 그들은 최신식 공법에 최신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건설은 국내의 재래식 장비로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할 처지였다. 최신식 장비를 구입했지만 기능공들은 사용법을 잘 몰라 두 달도 못 가 고장을 내기 일쑤였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지만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는 현대건설에 빚만 안겨줬다.

하지만 이 공사를 하면서 현대건설은 전동식 롤러나 컴프레서 믹서기 등을 직접 고안해 만들어 썼으며 최신 장비 사용법과 선진 공법을 익힘으로써 후일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을 완벽하게 갖출 수 있었다.

이후 현대건설은 1976년 ‘20세기 대역사’라 불리는 당시 미화 9억60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비롯해 사우디 해군기지 확장공사, 쿠웨이트 슈아이바 항만 확장공사 등을 잇달아 수행했다. 또한 지난 30여 년 간 싱가포르 국토의 5%에 해당하는 면적을 도맡아 준설·매립했다.

▲국내 건설산업의 명실상부한 질적 도약과 함께 현대건설의 기술 성장을 세계에 과시하는 의미있는 공사가 된 카타르 라스라판 복합화력발전소.
◇해외건설, 기술력으로 승부 = 현대건설의 우수한 기술력을 잘 보여주는 공사로 말레이시아 페낭대교도 빼놓을 수 없다. 총 연장 7958m, 폭 19.5m(4차선) 교량인 페낭대교는 당시 동양 최대, 세계적으로는 세 번째로 긴 다리였으며 대교 중간의 440m는 사장교 양식으로 건설됐다.

이 공사에서 현대건설은 순수한 와이어로만 설계된 케이블을 현장에서 제작, 설치하는 신공법을 도입해 국내의 교량기술을 진일보시키게 된다. 이 같은 성공적인 공사 수행으로 페낭대교가 미국 컨설팅엔지어링협회가 주관한 연례 ‘엔지니어링 우수상’ 시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하며 널리 인정받기도 했다.

또한 싱가포르 주롱섬 반얀만 해저에서는 석유비축 기지 건설을 위한 움직임으로 부산하다. 주롱 유류 비축기지 공사는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수주한 해저 유류 비축기지 공사로 현대건설은 이 공사를 통해 해외 지하 유류 비축기지 공사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총 사업비 7억1400만달러(약 7700억원)가 투입되는 주롱섬 해저 석유비축기지는 일반 도로터널이나 광산과 달리 다양한 최첨단 건설공법이 필요하다. 단순히 암반을 깨고 넓은 공간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하 100m 및 130m 지점에 각종 운전시설과 유류 저장탱크(길이 340m×2개) 5기(機)를 1층과 2층으로 나눠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현대건설은 세계가 주목할 만한 큰일을 해냈다. 초대형 플랜트 공사인 이란 남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공사를 세계 대형 플랜트 시설공사 사상 최단기간인 35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개발회사인 이엔아이(ENI)와 이란 국영 업체인 페트로파스사(Petropars)의 합작법인이 발주한 사우스파(South Par) 가스전 4·5단계 공사금액은 한화로 약 1조5600억원으로 이는 수주 당시 국내 업계의 해외 수주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 공사는 공사규모에 걸맞게 투입된 자재의 규모도 엄청났다. 약 32만 평에 이르는 대지에는 가스 처리시설을 만들어내기 위해 대규모의 물량이 동원됐다. 배관공사에 약 752㎞에 해당되는 5만3000톤, 기계공사에 성인남자 127만명의 무게와 맞먹는 7만6090톤이 투입됐고 서울과 부산을 5회 왕복하는 것과 같은 4500㎞ 케이블이 사용됐다. 또한 하루 최대 1만8300명, 공사기간 중 연 950만명이 사우스파 가스 처리시설 4·5단계 공사에 참여했다.

이후 2011년 말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80Km 떨어진 라스라판 산업단지(Ras Laffan Industrial City)에서 카타르 셀(Shell)이 발주한 총 2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GTL: Gas-to-Liquid)을 완공했다.

이 공사로 그간 수많은 해외건설 시장 개척에도 불구하고 단순 시공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국내 건설산업의 명실상부한 질적 도약과 함께 현대건설의 기술 성장을 세계에 과시하는 의미 있는 공사가 됐다.

◇ 현대건설이 지으면 랜드마크 = 현대건설은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세계 곳곳에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을 다양하게 건설해 오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은 극한지(極寒地) 공사인 ‘남극 과학기지’ 건설에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오고 있다.

1988년 세종과학기지를 완공한 데 이어 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친환경 명품 과학기지인 ‘남극 제2 과학기지’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남극에서 현대건설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대역사’를 쓰고 있다.

또한 현대건설은 지난 2010년 베트남 호치민 중심가에 지하 3층, 지상 68층(270m)의 파이낸셜센터 빌딩(초고층 오피스 빌딩)을 완공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선텍시티 및 마리나센터, 국회의사당과 대법원청사, 삼성동 아셈무역센터, 고양 킨텍스, 부산 벡스코 확충시설 공사 등 수많은 국내외 건축물을 시공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원전시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실적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 초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원자력 1호기를 시작으로 수많은 원전 건설에 참여했으며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2012년 현재 국내 운영 중인 21기 원전 중 13기를 성공적으로 건설해 원전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건설 중인 7기의 원전 중 5기(신고리원자력 2~4호기 및 신울진원전 1, 2호기)의 시공대표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해외원전 진출에 힘쓴 결과 2009년 UAE원전 1~4호기를 수주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 40여 년 간 쌓아온 원자력발전소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신뢰도 높은 원전건설 회사로 성장해 왔다”며 “앞으로도 폭넓은 전문지식과 입증된 프로젝트 관리 체계로 안전하고 완벽한 품질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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