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대해부]분양가 4억-5억원…진짜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

입력 2012-06-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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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보금자리인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반값 아파트’를 표방한 보금자리주택에 ‘진짜’ 서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MB정부의 친서민 사업인 보금자리주택에 일부 돈 있는 사람들의 청약이 몰리다보니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부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4억~5억원에 달해 서민은 물론 중산층 수요자들 마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땅값 상승분이 지주가 아닌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며, 실수요가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에 분양하는 '강남 푸르지오 시티' 삼성동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4억원 짜리 서민용 아파트‘어불성설’= “4억 넘는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서민이 과연 있을까요?” 최근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아파트의 계약을 포기한 정모씨의 얘기다.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제1조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이 부담 가능한 주거공간’이다. 민간 건설은 안정적 공급에 애로가 있고 분양가도 비싸기 때문에 공공의 주도 아래 신속하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게 보금자리주택의 탄생 배경이다.

주변 시세의 50~70%에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은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분명 저렴한 아파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서울 4억, 경기도 3억5000만원 내외의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는 서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런 주택을 서민주택이라고 주장하면서 구입을 조장하는 건 서민에 대한 조롱이나 다름 없다.

실제 서민들은 보금자리주택을 그저 바라만 봐야하는 입장이고, 정부를 믿고 보금자리주택의 유혹에 빠졌던 서민들은 정작 당첨됐다 해도 입성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은 청약 당시 ‘로또’라 불리며 청약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곳이지만, 대규모 계약 포기 사태를 낳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당첨자 2949명을 대상으로 분양 계약을 진행한 결과, 당첨자 전체의 9%인 260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이에 앞서 12월 본청약에서 사전예약 당첨자 1898명 중 396명(20.8%)이 청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는 무늬만 서민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의 태생적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분양아파트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민임대, 영구임대, 10년임대, 장기전세, 분납임대(지분형 임대) 등 임대주택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서민형 주택 공급방안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단지의 결속력을 저해하고 주택시장에 혼란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주택유형의 이질성, 주택수요자의 이질성은 단지의 통합관리를 어렵게 하고 단지내 통합적인 에너지 분출을 저해한다”며 “결속력이 강한 인근의 기존 주택단지나 택지개발 및 신도시 성격으로 들어서는 분양단지와 비교해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돈 있는 자들의 재테크 수단‘전락’= 주변시세보다 더 싸게 공급되다 보니 실수요가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점도 보금자리주택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자로 청약 통장만 있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따라서 고액 예금이나 오피스텔·상가 등을 가진 중산층도 대거 참여해 정작 저소득층의 당첨 확률이 낮아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

5.10부동산대책으로 전매제한 및 거주의무기간이 완화되자 대규모 미달사태를 맞았던 비인기지역 보금자리주택의 청약률이 급등했다는 점은 투기성 수요가 되살아났음을 방증한다.

지난 5월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이번 대책 발표전 28%의 청약률에 그쳤던 수원호매실지구 보금자리 주택은 최근 무순위 접수를 합쳐 93%까지 청약률이 치솟았다.

수원호매실은 분양가가 인근시세의 85%이상으로 당초 전매제한이 7년, 거주의무기간은 5년이었다. 그러나 5.10대책에 따라 전매제한은 4년, 거주의무기간은 1년으로 줄어든다. 특히 전매제한의 경우 소유권이전 등기를 하게 되면 전매제한기간 3년이 경과한 것으로 보게 되는 현행 법규에 따라 사실상 1년으로 줄어들게 됐다. 결국 1년의 거주의무기간만 채우면 전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양원흥지구도 마찬가지다. 총 3183가구를 짓기로 한 고양원흥지구는 43%(137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5월23일부터 이틀간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선착순 접수에서는 청약대상분 1375가구에 1198명이 몰렸다. 고양원흥 역시 1년의 거주의무기간만 채우면 전매가 가능하다.

이처럼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만큼 과도한 시세차익을 막겠다는 취지로 민간주택보다 엄격히 적용했던 전매제한이나 거주의무기간이 풀리면서 보금자리주택이 투기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기간을 완화한 것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투기수요에 길을 터 준 셈이며, 서민주택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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