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문닫으면 재래시장 산다더니"…더욱 썰렁

입력 2012-04-23 13:42 수정 2012-04-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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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강제휴무 첫날…토요일 대형마트 북새통, 재래시장은 파리만 날려

▲정부가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서울지역 '대형마트 의무휴업' 첫날인 22일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에 휴점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다(왼쪽). 22일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이 휴점을 했지만 인근 등촌시장에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울 등 전국 114곳의 대형마트(할인점)와 기업형슈퍼마켓(SSM) 210곳이 동시에 첫 강제휴무를 시행한 22일. 이날 이마트 41개 지점, 롯데마트 30개 지점, 홈플러스 43개 지점 등 전국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중 30%가 의무 휴업했다. 하지만 전통시장 인근 대형마트가 모두 문을 닫았음에도 전통시장은 오히려 썰렁했다.

현대화된 주차시설, 카드 편리성 등 대형마트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가 온 것도 한몫했다.

특히 많은 소비자들은 전통시장 대신 아예 휴무 전날(토요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바람에 마트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이에 따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형마트의 토요일 평균 매출 신장률은 약 21.1% 상승했다. 이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휴무 전날인 토요일에 대형마트를 찾았다는 증거다.

성북구 유통법 조례에 따라 22일 첫 강제휴무에 들어가는 이마트 미아점의 경우 오후 2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주변도로는 벌써부터 자동차들로 꽉차 있었다.

주변도로에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약 30여분의 시간이 걸리는 등 강제휴무를 앞두고 미리 장을 보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미아점 이마트 관계자는 “매주 주말에 고객들이 많이 몰리지만 이정도는 아니다”며 “내일 휴무 소식 때문인지 점심 이후부터 주차장과 매장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들어서자 매장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미아점은 일요일 휴무로 매출 급감을 우려해 몇일전에 DM쿠폰을 발송하는 등 곳곳에서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지하 1층 신석식품 코너에서는 22일 휴무를 맞이해 생선, 정육 등에서 타임세일을 벌이는 등 매출을 올리게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강모씨(52)는“정부의 시행하는 대형마트 휴무로 인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인것 같다”며 “대체시설을 제대로 갖춰놓고 시행을 해야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내일 이마트가 쉰다고 해서 미리 장을 보기 위해 왔다”며 “솔직히 시장의 물건들이 제대로 원산지 표시가 된것인지 의심스러워 잘 안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트에 상품 종류도 다양하고, 쇼핑도 훨씬 더 편리하다”며 “앞으로는 일요일을 피해서 장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서구의 홈플러스 강서점, 가양점의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요일 영업을 못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매출 손실을 메우기 위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문을 연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모(27)씨는 “뉴스에서 대형마트 강제휴무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우리 동네의 매장이 그런지는 몰랐다”며 “일요일이 회사 쉬는 날이라서 가장 한가한데 정부가 쇼핑할 시간도 제한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매장 휴무 사실을 접해들은 소비자들은 신선식품, 음료 위주로 구매하고 있었다. 카트에 생수와 신선식품으로 가득 채운 김모(34)씨는 “내일 쉰다고 하니 미리 사두는 것”이라며 “집 앞 슈퍼보다는 마트가 아무래도 편하고, 솔직히 재래시장에서 장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일요일 오전이 가장 매장이 한가하다보니 나는 꼭 일요일날 쇼핑을 하는데 (이번 휴무로)불편해졌다”며 “마트 내 채소파는 사람들 일자리도 줄어들고 일반인들도 불편하고, 재래시장 상인들의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인데 왜 이런 조치를 취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강제휴무 당일 전통시장의 풍경은 평소랑 별로 차이가 없었다. 대형마트가 인접한 전통시장에서 사람의 그림자는 찾기 어려웠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동네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가 아직까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성북구 미아동의 길음시장서 청과매장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어제 오늘 비가와서 그런지 장사가 잘 안된다”며 “오늘 대형마트가 쉬면 뭐하나 어제 다 대형마트로 갔는데…”라며 한숨을 내셨다.

목동의 등촌시장 역시 사람들이 없기는 마찬가지 였다. 시장 근처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유모(48)씨는 “(손님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상인들 대다수가 실망하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양상이라면 이마트 특수는 물 건너 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래시장 일부 상인은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장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풍납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오모(57)씨는 “재래시장은 주차시설도 잘 구비되지 않아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지자체에서 편의시설을 잘 갖추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해 전에 송파구청에서 여기에 주차시설 만든다고 공사하더니 끝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런 걸 빨리 해결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방이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박(39)씨는 “대형마트 문 닫는 것이랑 우리랑 상관없다”면서 “문 닫을 것이면 전부 다 닫아야지 일부만 닫아서 무슨 효과가 있겠냐”며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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