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입력 2012-04-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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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안 통하는 한국 정치…국민에게 선택만 강요"

“정치란 어려울수록 상식을 따라가는 게 최선이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정치권을 향해 던진 일갈(一喝) 이다.

김 전 위원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3개월여 동안 비대위 좌장격으로 활동하며 새누리당의 정책 쇄신을 이끌었다. 당이 19대 총선 선거대책위 체제로 전환하자 “내 역할을 다했다”면서 비대위를 떠났지만, 쇄신에 몸 사리는 새누리당에 대한 ‘항의성 사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었다.

▲김종인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며 12월 대선 지원 요구가 들어오면 그때가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 부암동 집무실에서 만난 김 전 위원은 수없이 ‘상식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다 되는 게 정치인데, 이게 통하지 않으니 한국정치가 어려워지는 거다. 상식대로 하면 되는 걸 자꾸 이념이니 뭐니 해서 편가르기하고 특이한 방법으로 정치를 해결하려고 하니까 꼬이는 것”이라고 했다.

상식의 정치란 국민이 원하는 바를 따라 나라를 평온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여야 모두 패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서도 “야권은 나름 통합해서 새로운 형태로 변모했고, 새누리당도 쇄신한다고 비대위 만들고 이름 바꿔 위장해서 나타났다”면서“그러나 국민은 지금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의 비판은 자신이 쇄신을 이끌었던 새누리당에 더 날카로웠다. 그는 “정치의 순리로 보면 여당이 잘하면 야당은 절대로 정권을 잡을 기회가 없다”면서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지지를 받지 못해 2010년 지방선거 부터 지난해 4·27 분당을 선거,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내리 다 패했다”고 짚었다.

경제민주화 개념을 삽입한 새누리당의 새 정강정책 ‘국민과의 약속’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쇄신방향을 두고 당내 반발에 부딪히곤 했던 그는 “말을 억지로 물가에 데려갈 순 있지만 안 먹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쇄신작업을 총평했다. “브랜드는 새누리당으로 바꿨는데 생산방식이나 생산품은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잘 안 바뀌더라”는 것이었다.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에 대한 우려는 이재오 의원 등 ‘정권심판론’을 부추길 수 있는 인사들을 공천했다는 점, 그리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 ‘색깔론’을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인적 쇄신은 굉장히 미흡했다.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절대로 이념에 사로잡힌 얘기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갖고 그러더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으로의 회귀’를 걱정하며 “새누리당이 아직 철이 없다. 편안한 것 같으니, 옛날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래도 자신이 쇄신을 이끈 당에 대한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새누리당이 제1당이 되면 좋겠다. 그런데 소망과 현실은 늘 괴리되잖나”라고 총선 바람 겸 전망을 내놨다.

한편 “새누리당이 아닌 박근혜 위원장의 인품을 신뢰해 비대위에 참여했다”고 말할 정도로 박근혜 위원장을 높이 평가하는 그는 ‘대권주자로서의 박근혜’에게도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갑자기 어느 날 나타나서 대통령을 할 순 없다. 의지를 갖고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을 하면 안 된다”면서 박 위원장을 “가장 준비된 대통령”으로 꼽았다.

항간에서 박 위원장을 ‘수첩공주’, ‘얼음공주’라면서 ‘공주’로 지칭하는 데 대해서도 “내가 보기엔 공주 같지도 않던데. 대통령 딸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석달 간 곁에서 지켜봤던 박 위원장의 장점으로는 ‘말을 아낀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747한다고 해놓고도 그때 뿐이지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형편이잖나”라며 “나라를 이끌 사람은 쓸데 없는 말을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 계파들이 하도 요란스럽게 떠들어 대니 당의 화합이 깨지고 집이 무너질까봐 과감성을 별로 보이질 않더라”고 ‘과감성 부족’을 박 위원장의 단점으로 지적했다.

박 위원장의 정권 창출에 지원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그 때가서 요구가 들어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총선 공천에선 한쪽이 부서지는 걸 두려워했지만 대선은 박 위원장 개인에 대한 문제니 좀 다를 것”이라고 박 위원장의 결단력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뭐 기대하는 게 있고 바라는 게 있어서 비대위에도 참여하고 그러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런 말 듣기 싫다”며 사심 없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김 전 위원은 30일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몸에 밴 정치 바람을 빼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제 쉬면서 경제이론뿐 아니라 정치·외교관계 등이 망라된 경제정책사를 다룬 책을 집필하겠다고 했다.

그는 “너무 놀다보니 발동 걸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또 모르지, 하다가 잘 안되고 집어치울지”라며 웃었다. 오로지 ‘상식’대로 살되, 어디 한 곳 메이는 데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행동해온 그의 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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