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차' 변영주 감독 "영화에 대한 혹평? 예상했던 일"

입력 2012-03-15 16:07 수정 2012-03-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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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이란 기자
영화 ‘화차’에 대한 혹평을 했다. 원작 팬으로서 영화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의 변주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그런데 약속이 정해진 뒤에는 걱정부터 앞섰다. 3년에 걸쳐 20번에 걸친 탈고 작업을 거친 시나리오가 영화 ‘화차’란다. 피와 땀이 서린 결과물을 제 3자가 컴퓨터 자판으로 평가해버린 셈이다. 당사자라면 화가 날만도 하단 생각이 앞섰다. ‘화를 낼까’ ‘혹시 내가 짧은 식견으로 영화를 본 것은 아닐까’

지난 주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두고 변 감독과 서울 신문로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먼저와 기다린 변 감독이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먼저 영화 혹평 기사에 대해 물었다. 변 감독은 웃으며 “다행이다”는 말로 만남을 시작했다. 의외였다.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제작하는 동안 ‘그게(화차) 영화가 된다고 생각하냐’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면서 “한 번은 친분이 있는 제작사 대표가 나한테 ‘너 화차 찍는다며, 미쳤냐’라고까지 했다”며 다시 웃었다.

‘화차’의 영화화가 결정 이유가 궁금했다. 특별한 감동이나 욕구가 있었을까. 아주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판권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단 것. 변 감독은 “미미(원작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애칭)의 작품 중 판권이 풀린 게 화차뿐이었다”고 설명한다.

단순하고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당시 무언가에 몰두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 더해져 왔다. 실제로 그랬다고.

▲사진 = 고이란 기자
변 감독은 “2004년 ‘발레교습소’ 이후 8년을 쉬었다. 첫 작품 ‘밀애’를 포함해 두 작품이 대중적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서 “내가 누구고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란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일종의 출사표를 던져야하는 시기였다”고 전했다.

영화에 대한 자평을 부탁했다. 우선 인터뷰어로서 ‘화차’는 상당히 실망스런 영화임을 밝혔다.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만든 그는 조금은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혹시 원작을 읽었나.”

변 감독은 “기획과 제작 당시에도 ‘원작팬들이 우리의 1차 타깃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당시 우리나라에서 화차를 읽은 분이 10만 명이 안 될 것이라 추측했다. 영화는 ‘이 얘기 알지’로 시작하면 안 된다. 결국 모두를 납득시킬 수는 없었다”며 혹평도 이해할 수 있음을 전했다.

그렇다면 원작 팬들이 지적하는 단점은 그는 알고 있을까. 너무 당연한 질문이란 듯 헛웃음을 짓는다. 식탁에 팔을 괴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며 설명을 시작했다.

변 감독은 “원작과 달리 주인공에게 대사가 있단 점, 원작의 형사 버전을 약혼자 버전으로 바꾼 점, 무엇보다 영화의 엔딩에 불만이 많을 것이고…”라며 골몰히 생각을 한다.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태도였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한 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 자체가 거짓말 아니냐”고 되물었다.

원작에 대한 세밀한 부분까지 변 감독은 설명을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3년 간 20고에 걸친 시나리오 작업을 했으니 ‘화차’ 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체 책을 얼마나 읽었을까.

그는 “‘화차’ 뿐만 아니라 미미의 책을 전부 읽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원작이 1990년대를 배경으로 했고 영화 ‘화차’는 2012년이 배경이다. 작가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사실 영화는 미미의 지금을 상상하며 구애를 하는 일종의 연애편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원작자가 영화를 봤을까. 변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굉장히 재미있어 했단다. 직접 만나기에 앞서 ‘미미’는 영화에 대한 정보 3가지를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만드는 화차의 감독이 여자’ ‘주인공은 약혼자’ ‘그리고 엔딩’.

변 감독은 “미미는 시나리오도 못보고 단지 세 가지 정보만 들은 상태에서 나를 만났다”면서 “‘원작자가 싫어하면 어쩌지’란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놀랍게도 그 세 가지 정보만으로도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93년 일본에서 ‘화차’를 출간 후 미미는 팬들로부터 수많은 팬레터를 받았다. 그 내용은 대부분 ‘왜 약혼자가 사라진 애인을 찾지 않느냐’였단 것. 출간 20년이 지나 한국의 이름 모를 감독이 당시 팬들의 머릿속에 있던 내용으로 ‘화차’를 재구성한다는 말에 너무 놀랍고 재미있었다며 반가워했단다.

변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 미미가 직접 메일을 보내왔었다”면서 “당시 선물로 건낸 ‘화차’ DVD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며 ‘지금 세 번째 보고 있다’는 글과 함께 1분과 3분 분량의 동영상까지 보내왔었다.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며 벅차했다.

‘화차’에 대해 너무 많은 관심과 칭찬이 쏟아지고 있었다. 데뷔작과 두 번째 작품의 실패로 꽤 오랫동안 야인 생활을 자처했다. 밖으로 나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3년에 걸친 과정과 실제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고마운 사람도 많았을 터.

그는 “정말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았다. 스태프들부터 후반작업에 필요한 모든 사안 등이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한 마디로 ‘변영주 한 번 도와주자’는 분위기였다”면서 “말로서 고마운 분들을 일일이 언급하기가 힘들 정도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인터뷰 말미에 갑자기 궁금함이 밀려왔다. 영화 ‘화차’는 기본적으로 공포에 대한 의미가 영화 전체가 깔려 있는 작품이다. 혹시 변영주가 생각하는 공포는 무엇일까.

그는 쑥스러운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동물들이 너무 무섭다. 특히 쥐는 생각만 해도 공포가 밀려온다. 지금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다”며 고개를 돌렸다.

영화 ‘화차’를 싫어하는 원작 팬들을 유혹할 멘트 하나를 부탁했다. 1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돌라온 답변은 이랬다. “보다 가까이 존재하는 공포를 만나보라.”

아직 미혼인 변영주 감독.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벌’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이 ‘화차’ 개봉 전 “화차가 흥행하면 변영주와 결혼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사자인 변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300만이 넘으면 그 친구와 영혼 결혼식을 올리겠다. 근데 고민이 되긴 한다. 정말 하게 되면 어쩌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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