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한 핸들링·세련미까지…크레도스, 쏘나타 추월하다

입력 2011-12-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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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달려온 한국차]<23>기아차 크레도스

▲일본차를 베이스로 개발했으나 세련된 디자인과 넘치는 볼륨감이 큰 관심을 모았다.
1986년 기아자동차(당시 기아산업)이 승용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와 대우차, 기아산업의 삼파전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승용차 생산 노하우가 풍부했던 경쟁사와 달리 봉고를 비롯한 상용차에 강했던 기아산업은 초반부터 승용차에서 열세였다.

하지만 공학을 전공한 김선홍 회장을 중심으로 기아산업은 승용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 외국에서 자동차를 가져다가 분해하는 열정을 보이면서 승용차 시장에서 기아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했다.

◇차만 있으면 설계도 만든다…역설계의 달인 기아=1970년대 브리샤와 피아트를 마지막으로 승용차 시장을 떠났던 기아차가 다시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배경에는 봉고신화를 이끌었던 김선홍 회장의 역할이 막대했다.

그는 공학도답게 직접 승용차 개발본부의 상품기획회의에 꼬박 참석하는 등 열의를 내비쳤다.

당시 기아산업은 마땅한 승용차 설계도조차 갖추지 못했다. 턱없이 부족한 개발비로 승용차 한 대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쩔 수 없이 기아산업은 일본 마쓰다의 자동차를 가져다가 차를 분해해야 했다. 분해된 부품을 바탕으로 하나씩 설계도를 손으로 그리며 승용차 설계를 참고했다. 이른바 ‘역(逆)설계’다.

차를 분해하며 설계도를 그리고, 그 부품을 국산화해 차를 만들어냈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모두가 대한민국 자동차를 오늘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없어서는 안될 자양분이었다.

◇마쓰다 크로노스 가져다 ‘크레도스’개발해=당시 중형차 부문에선 전통있는 대우차 로얄 시리즈와 잘 팔리는 현대차 쏘나타가 인기였다. 그에 맞서 기아산업이 꺼내든 카드는 콩코드였다. 마쓰다 카펠라를 기본으로 제작된 콩코드는 ‘오너 드라이버를 위한 고성능 세단’이라는 콘셉트로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마쓰다에서 참고 모델을 들여올 때부터 밑그림은 이미 구형 모델이었다. 때문에 뒤를 이을 후속모델이 절실했다.

새 모델은 기존 운전자중심의 고성능 세단을 지향하면서 넓은 실내공간,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연비를 지녀야했다.

기아산업은 서둘러 일본 마쓰다를 다시 찾았고 콩코드의 베이스모델 ‘카펠라’ 후속으로 등장한 중형차 ‘크로노스’를 점찍었다.

크로노스는 넉넉한 차체에 세련미가 넘쳤다. 이제껏 반듯반듯 각진차를 생산했던 기아 입장에서 생소한 모습이었으나 경쟁력은 충분해 보였다. 이에 크로노스를 가져다 콩코드 후속모델로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이름도 기존 이름과 비슷한 크레도스로 지었다.

◇세련된 디자인에 첨단 엔진이 장점= 3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1995년 크레도스가 세상에 등장했다. 콩코드가 경쾌한 순발력을 앞세웠다면, 크레도스는 민첩한 핸들링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당시 대우차는 레간자를 앞세워 조용한 차를 강조하던 터였다.

디자인 평가는 극명하게 대비됐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면서 쉽게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출시 첫 해 통상산업부 주관 산업기기 및 운송기기 부문 우수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엔진은 2.0의 경우 기존 콩코드의 그것을 고스란히 옮겨왔으나 1.8 엔진은 기아차가 새롭게 개량한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높은 효율성과 성능을 인정받아 ‘장영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형차였지만 당시 기준 윗급 대형차에 맞먹는 넉넉한 실내공간도 장점이었다. 전자동 에어컨과 운전석 전동 시트 등 당시 기준 호화 옵션도 가득했다.

크레도스는 많은 사람이 좋아할만한 차였다. 당시 경쟁차였던 현대차 쏘나타3는 기존 모델과 다를게 없이 디자인만 바꾼 차였다. 잠시 디자인 경쟁력이 주춤한 사이, 크레도스가 쏘나타를 가볍게 추월할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 모그룹 경영난으로 4년만에 단종= 크레도스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겪은 기아산업은 외환위기 당시 28개 계열사와 함께 부도유예협약적용을 받게 된다.

자동차 시장의 맹주였던 현대차를 앞지를 수 있는 유일한 차종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여건과 경영난이라는 시련을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1997년 선보인 왜건형 ‘파크타운’이 그 예다. 당시 중형차 수요도 많지 않았던 시절 크레도스를 베이스로 개발한 왜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안전함을 강조했고 다양한 레저 장비를 적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당시 7인승차는 다인승 승용차로 분류돼 값싼 승합차 세금을 냈다. 현대차 갤로퍼와 쌍용차 무쏘 등이 앞다퉈 의자를 2개 더 달아 7인승으로 변모하던 시절이었다.

파크타운 역시 승용형 왜건임에도 불구하고 뒷 적재함에 의자를 장착해 7인승 혜택을 노렸으나 당시 건설교통부의 허가가 나지 않아 세제혜택을 받을 수는 없었다.

결국 1997년 9월 등장한 가지치기 모델 파크타운은 이후 1년 7개월동안 780대만 팔리는 불운을 겪고 단종됐다.

크레도스와 파크타운은 기아차가 현대차 품으로 들어간 이후 플랫폼 통합 대상으로 분류됐다. 현대차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전략아래 크레도스는 단종됐다. 크레도스는 그렇게 옵티마에게 자리를 내주고 조용히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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