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ine 해부학] 영화 '특수본'의 장르적 한계점

입력 2011-11-25 07:19 수정 2011-11-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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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반전에만 집중한 스토리 전체의 아쉬움

한국형 버디 무비 시초는 1993년 강우석 감독 영화 ‘투캅스’로 보는 게 무난할 듯하다. 애초 ‘버디 무비’ 사전적 의미와는 많이 다름에도, 굳이 ‘한국형’을 붙이는 이유가 바로 경찰을 소재로 한 내용에 있다.

경찰을 전면에 내세운 버디 무비는 꽤 단조롭다. 우선 좋은 놈과 나쁜 놈이 있으면 된다. 여기에 두 사람의 대결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더해지면 ‘한국형 버디’는 완성된다. 근래 이 장르의 변종 진화가 2000년대 들어 개봉한 ‘공공의 적’ 시리즈, 검경과 범죄의 불법 커넥션을 그린 ‘부당거래’ 등으로 나타났다. 부산을 무대로 한 마약 범죄극 ‘사생결단’과 연쇄살인 사건을 그린 ‘추격자’도 한 뿌리로 봐도 무방하겠다.

이 장르는 현실과 세태의 고발성이 더해지기에 상업 영화의 최종 목적인 수요(흥행)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24일 개봉한 ‘특수본’ 역시 이 같은 공식을 철저히 따른 기획 상품이다. 우선 생김새부터가 꽤 잘생겼다. 말보다는 주먹과 행동이 앞서는 강력계 형사 성범(엄태웅)과 미국 FBI 출신 범죄분석관 호룡(주원)이 투톱이다.

시작과 함께 영화는 상당히 빠른 보폭을 보인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움직임을 재빠른 카메라 워크로 따라가며 관객들의 심박 수를 올린다. 도심 주택가와 도로변을 질주하는 장면은 기존 형사 버디 무비에서 보여 준 그것에 비해 훨씬 속도감이 높다. 컷과 컷을 잇는 이음새가 워낙 짧아 ‘추격’의 쾌감을 극대화 시켰다.

연출을 맡은 황병국 감독은 케이블채널 OCN TV영화 ‘오프라인’을 통해 역동적 체이싱 장면을 만들어 낸 솜씨가 요행이 아니었음을 이번 ‘특수본’을 통해 증명했다. 데뷔작 ‘나의 결혼 원정기’를 미뤄 짐작해 본다면 장르적 특성을 간파하는 능력도 출중하다.

속도감 있는 추격신이 ‘특수본’의 전부는 분명 아니다. ‘특수본’은 형식상 ‘버디 무비’를 따를 뿐 전개가 진행될수록 스릴러 구조로 분열한다. 성범의 범인 추적으로 시작을 알리지만 불과 10여 분만에 영화는 가면 속 실제 얼굴을 공개한다. 경찰이 개입된 살인사건이 그 실체다. 피해자도 경찰이며, 공교롭게도 피의자 역시 경찰이다. 이 부분부터 ‘특수본’은 기존 ‘형사 버디 무비’의 통쾌함과 시원함을 긴장의 끈으로 묶는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공통분모인 ‘경찰’로 사건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성범은 위(?)에서 파견된 범죄분석관 호룡과 팀을 이뤄 그 중심으로 몸을 던진다. 자신의 팀장이자 친형과도 같던 인무(성동일)에 대한 의혹도 몸을 움직이게 한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항상 경찰보다 한 발 앞선 검은 조직의 손길,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비리 경찰과의 커넥션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면서 팽팽해진 긴장의 끈은 한계점으로 향한다.

‘특수본’은 분명한 선악 대립을 깔고 간다. 흰색과 검은색의 구분점이 너무 분명하기에 눈으로 보고 머리로 받아들이는 시간차가 상당히 짧다. 이른바 ‘킬링타임’용 무비로서 손색이 없다. 세태 고발의 성격까지 더해 주제 의식도 담고 있다. 초반 추격신의 날것, 중반 인물 간 뒤엉킨 관계 속 긴장의 촉감이 확실해 근래 보기 드문 장르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황 감독이 언론 시사회를 통해 언급한 장르적 이종교배의 시도는 분명 성공 문턱까지 갔다. 하지만 후반부의 난잡함은 초반과 중반 벌려 놓은 화려한 만찬 대비 지저분하다.

반전의 묘미를 살리려 든 사건의 연속성은 후반 30분에선 ‘억지 춘향’에 가까운 끼워 맞추기로 전락한다. 꽤 매력적이던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하나둘씩 고개를 들면서 그 정도는 더욱 볼 성 사나워진다. 결말의 대미를 설명하기 위해 후반부에 단 한 신에 집중시킨 사건 전반의 개요가 이 모든 것을 만든 주범이다.

구조상의 문제일 뿐, 배우들의 연기력은 합격점을 줄만 하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원톱’ 존재감으론 ‘2%’ 부족했던 엄태웅은, 이번 ‘특수본’에서도 평면적 연기의 한계점을 벗어나진 못했다. 하지만 ‘특수본’의 스토리 안에선 100% 능력 발휘를 했다는 데 힘을 실어주고 싶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스타덤에 오른 주원도 부족한 대사 톤과 이질적 캐릭터 탓에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다만 감정의 굴곡을 숨긴 배역 특성으로 모자란 부분을 커버한다. 여기에 정진영, 성동일, 김정태의 호연과 ‘개코’ 역할의 조재윤이 보인 잔재미가 후반부의 허술함을 메워준다면 ‘특수본’은 존재 자체의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특수본’은 ‘부당거래’와 ‘의뢰인’을 통해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인 황병국 감독의 막판 뚝심이 장르적 서자의 한계점으로 드러난 아쉬운 한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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