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치로 정치를 부수다… “안철수는 프로”

입력 2011-11-16 11:00 수정 2011-11-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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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사로잡는 방법을 그는 알았다. 한미FTA로 정치권이 시끌벅적할 즈음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재산 환원으로 뉴스의 중심에 섰다. 비정치로 정치와 차별화했고, 정치에 피로감과 환멸을 느낀 여론은 안 교수의 든든한 방패가 됐다. 정치권은 또 한번 안철수에 농락당했다.

1500억원 상당의 기부액도 그렇지만 시기와 방법, 내용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기부 결정은 14일 안철수연구소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영혼이 있는 기업” “동시대 사람들과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키면서 살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 등 서신은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다.

다음날 홍조 띤 얼굴로 “오래전 부터 생각해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란 말은 더욱 그랬다. 자신으로 인해 사회적 파장이 일었지만 마치 딴 나라 얘기를 듣는 듯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갖가지 정치적 해석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뒤따랐지만 그는 정치의 ‘정’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 사이 제도권내 차기 주자들은 안철수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혹독한 쓰나미를 뒤집어쓴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한미FTA를 두고 한판 붙는 상황에서 재산 절반을 선뜻 사회에 내놓겠다고 했다. 절묘한 타이밍”이라며 “기존 정치권은 욕을 더 먹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의 흔들기 또한 더 이상 진행키 어렵게 됐다”며 “흔드는 순간 매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이 견고한 세력이 돼 방패가 됐다는 설명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언어의 선택과 시기, 방식, 내용 등에 있어 기존 정치 관념을 깼다. 비정치적이면서 고도의 정치적인 스킬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보다 더한 프로”라며 “세밀하고 치밀한 계획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정치 혐오증에 빠진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고 있다”며 “기존 대선주자들로선 안 교수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우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김석준 동국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정치공학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고까지 평했다.

일시적으로 그칠 것 같던 안철수 열풍이 10.26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며 광풍으로 진화되자 해외 주요언론도 안 교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자(현지시간) 보도에서 안 교수의 기부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서 불고 있는 안철수 신드롬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안 교수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중적 환멸을 표출하는 상징으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함승덕 고려대 교수는 신문을 통해 “안철수의 등장으로 박근혜는 구시대, 구세대, 낡은 아이디어라는 현상 유지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안철수 악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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