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름을 인정하라

입력 2011-09-26 11:44 수정 2011-09-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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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

지혜로운 사람이나 훌륭한 리더는 어떤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과, 그 사람 자체를 구별할 줄 안다. 동일한 것으로 규정해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때로는 “어? 내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하고 놀랄 정도로 내 안의 또 다른 많은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한다.

즉, 눈에 보이는 행동이나 말 한두 마디로 사람을 규정 짓고, 그대로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으로 고착시켜 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토론을 하다가 자기와 의견이 다르다고 그 의견을 낸 사람 자체를 미워해서는 안 되며 구성원이 자기와 똑같이 폭탄주를 즐기지 않는다거나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그를 도외시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기와 생각이나 취향이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 간주해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토론을 하다가 멱살을 잡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어느 대학에선가‘성숙된 토론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라는 웃지 못할 행사까지 열렸을 정도다. 또한 자녀가 자기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고 체벌을 가하는 것도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바로 이 ‘의견과 사람 그 자체’의 다름을 인정하거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에 비친 정치권의 모습에서도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체감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때로는 강경하게, 때로는 온건하게, 또 이번에는 나와 같은 의견이고 다음에는 나와 다른 의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인다면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그리 자주 연출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견과 사람 그 자체’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조직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상사는 자기 의견과 다른 의견을 제기한 부하를 미워하고 심지어는 불이익까지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하 직원은 자기 의견에 대한 상사의 노골적인 비판과 거부에 대해 인신공격쯤으로 생각하며 기분이 나빠지고, 그 상사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러다보면 권위적인 집단에서는 중요한 회의일수록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침묵하게 되고, 중대한 결정이 목소리 큰 사람의 얘기나 독선적인 상사의 방법으로만 해결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된다는 ‘복지부동’의 태도도 바로 이런 데서 생겨난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록 성숙된 사회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야말로 비전 있는 내일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도 ‘명약관화’한 일이다.

“오늘의 ‘잉여사회(Surplus Society)’는 비슷한 교육을 받은 비슷한 사람을 고용해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비슷한 일을 하며, 비슷한 품질과 비슷한 가격의 비슷한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비슷한 회사들로 가득 차서 넘쳐나는 잉여품 사회다”

과거 ‘펑키 비즈니스’에 실린 노드스트롬의 말이다. 아마도 이런 사람 100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면 99명은 잉여인간일 것이다. 엄청난 교육비를 쏟아 부은 한국 교육의 현실이 이러한 결과를 낳는다면 그것은 바로 비극이다.

선진국에서는 토론이나 선거가 끝나면 상대방을 격려하고 칭찬해 준다. 의견은 다르지만 사람 자체는 미워하지 않아서다. 각자의 의견은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와 가치관, 사상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 사람 자체를 헐뜯고 흥분까지 해야 되겠는가.

필자는 ‘의견이 다르다고 비판하지 말라’는 명제를 자녀교육에 시도해 보았더니 체벌의 정당화가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직장에서도 직원의 의견이나 행동에 정확한 피드백을 줄 수 있었다.

한번 상상해 보라! 학교에서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의견이나 행동을 사람과 연계시키지 않았을 때의 놀라운 결과를…. 일시적 행동이나 말을 그 학생의 전부인 양 매도해 버리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 학생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에너지와 잠재력을 쏟아낼 것이다.

빌 게이츠는 “MS사의 유일한 자산이라고는 직원들의 상상력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 안의 무한한 잠재력과 상상력이 거침 없는 의견으로 뿜어져 나올 때, 가정에서는 체벌이 없어지고 사회에서는 건전한 토론 문화가 정립되며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축하해 주게 되는 아름다운 모습들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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