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값, 고공행진 멈췄나

입력 2011-04-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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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건 좋은데...수입가격 경쟁력 떨어뜨려 경제 하방 압력

엔화 가격의 고공행진이 멈춘 것인가.

선진 7개국(G7)이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환율시장에 공조 개입한 지난달 18일 이후 엔화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엔화가 약세 기조에 들어섰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6.25엔으로 사상 최고치로 오른 엔화 가치는 이후 82엔대와 83엔대로 차례로 내려선데 이어 5일에는 84엔대까지 떨어졌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재무관 출신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슈인대 교수는 “엔은 향후 수개월 안에 달러당 90엔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일 도쿄의 외신기자 클럽에서 이같이 말하고 “지난달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자력 발전소 사태는 일본에서의 자금 유출을 부르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일본의 금융완화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엔 하락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 기조와 관련해 몇 가지 요인을 지목하고 있다.

우선 미국과 유럽의 긴축 움직임이다. 미국과 유럽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물가상승을 배경으로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 도입한 비전통적인 완화정책을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 내에서는 금융정책을 정상화하자는 매파의 발언이 이어졌다. 여기다 지난 1일 발표된 미국의 3월 실업률이 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에선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일본은 대지진 여파로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6, 7일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금융완화 기대감에 엔화 매도 압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한층 확대되면서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엔캐리트레이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2년만기 국채수익률 격차는 3월 중순 0.3%대에서 최근에는 0.6%로 확대, 0.65%까지 확대하면 엔화 값이 달러당 91~92엔을 기록한 작년 6월초 이래 최대폭으로 벌어지는 셈이 된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산업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이 엔 매수 주문을 망설이는 것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수출 감소로 일본의 경상흑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수출기업들이 번 외화를 엔화로 바꾸는 엔 매수가 줄어드는 만큼 엔화 약세가 진행되기 쉬운 상황이라며 엔을 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한 은행 관계자는 “대지진 발발 이후 수출기업들의 엔 매수 주문이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수출기업들은 6월 이후 환율예약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대지진의 영향을 분명히 파악할 수 없는 단계에 있어 적극적으로 엔 매수 주문을 넣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자들의 수출 관련주 매입을 보류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엔화 약세에 환호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엔화가 하락하면 수출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지만 대지진의 영향으로 생산이 침체돼 있기 때문에 상승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엔화가 약세이면 에너지를 포함한 재화의 수입 가격이 높아져 기업이나 가계의 부담만 늘린다.

지난 2월 일본의 무역통계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했을 경우 엔이 달러당 85엔으로 하락할 경우 일본의 수입액은 매월 1000억엔대 규모로 불어난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은 5일 각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유가 급등에 대해 불안정한 중동 정세와 투기적 움직임을 이유로 들고, "엔화 강세가 고유가에 따른 충격을 완충해주는 역할을 했었는데 최근 이러한 시기에서 떠날 전조를 보이고 있다며 이것인 일본 경제를 직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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