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늘고 상용직 줄어…일자리 질도 악화
“일·생활 균형 강화·돌봄 인프라 개선 필요”

여성 10명 중 6명은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이 끊긴 여성은 다시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7년 넘게 걸리는 데다 재취업 이후 임금과 고용 안정성도 이전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성평등가족부가 만 19~54세 여성 8177명을 대상으로 '2025년 여성의 경제활동 및 경력단절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근로조건이나 결혼·임신·출산 등의 이유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56.7%로 집계됐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임금과 업무 강도, 계약 기간 만료 등 근로조건으로 일을 그만둔 경우가 53.4%로 가장 많았다. 결혼·임신·출산 등에 따른 경력단절은 29.3%, 두 가지 사유를 모두 경험한 경우는 17.3%였다.

경력단절 사유에 따라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큰 차이를 보였다.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일을 그만둔 여성은 다시 취업하기까지 평균 7.5년(89.9개월)이 걸렸다. 근로조건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의 평균 재취업 기간인 1.7년(20.6개월)의 4배가 넘는다.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수준의 일자리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시간제 근로 비율은 경력단절 당시 7.2%에서 재취업 후 첫 일자리에서 26.8%로 19.6%포인트(p) 높아졌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도 41.9시간에서 35.7시간으로 6.2시간 줄었다.
고용 안정성도 낮아졌다. 경력단절 당시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 비율은 92.3%였지만 재취업 후 첫 일자리에서는 76.0%로 16.3%p 감소했다. 반면 임시근로자는 7.3%에서 20.8%로 13.5%p 증가했다.
일자리 규모 역시 영세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1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비율은 경력단절 당시 39.3%에서 재취업 후 52.7%로 높아졌다. 직종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경력단절 당시 37.5%였던 사무직 비율은 재취업 후 27.7%로 9.8%p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직은 7.3%에서 11.0%로, 단순노무직은 2.1%에서 5.4%로 각각 늘었다.
임금 감소도 두드러졌다. 25~54세 여성 임금근로자를 기준으로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뒤 얻은 첫 일자리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198만8000원이었다. 경력단절 당시 임금 248만5000원의 80.0% 수준이다. 2022년 조사에서는 재취업 후 임금이 경력단절 당시의 85.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경력단절 이후 노동시장 복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자녀 양육'이 꼽혔다.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육아 휴직을 사용한 뒤 기존 직장에 복귀한 비율은 46.9%에 그쳤다. 직장에 돌아가지 못한 이유로는 '믿고 돌봐줄 양육자 부재'가 34.1%로 가장 많았고 '자녀 양육과 일 병행의 어려움'이 27.8%로 뒤를 이었다.
재취업할 직장을 선택할 때는 임금보다 근무 여건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30.5%는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유연한 근무환경'을 꼽았다. 이어 '현재 필요한 수준의 수입'(26.2%)과 '일자리 안정성'(24.3%) 순이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일·생활 균형 강화'가 꼽혔다. 비취업 여성의 33.0%, 취업 여성의 34.6%가 모성보호제도와 유연근무제 등 일·생활 균형 강화를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선택했다.
성평등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생애주기별 경력관리와 직업교육훈련, 경력단절 예방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청년 여성에게 초기 경력진단과 경로 설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 특화 산업과 인공지능(AI)을 연계한 직업교육훈련 및 창업 지원도 확대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여성 고용정책은 단순한 취업 지원을 넘어 생애 전반에 걸친 경력관리와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 지원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맞춤형 직업훈련과 선제적 경력관리 지원을 강화하고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일터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