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상위 한국, 고배출 산업 살릴 '전환금융' 안착 시급

입력 2026-06-1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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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축 업종 자금 공백 메우려면
정부 마중물 및 로드맵 마련 시급

▲대신경제연구소가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탄소중립 투자,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 전환금융의 이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백재운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연사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혜주 기자)
▲대신경제연구소가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탄소중립 투자,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 전환금융의 이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백재운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연사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혜주 기자)

글로벌 탄소 감축 기조 속에서 철강·석유화학 등 고배출 산업의 탈탄소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리스크 분담과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DNV와 함께 '탄소중립 투자,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 전환금융의 이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형 전환금융의 제도적 안착과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개회사를 맡은 백재운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는 "최근 거시경제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며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은 크게 높아졌고, 지정학적 갈등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투자자의 결정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대표는 "사업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기업이 한정된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고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탄소 중립이 자리하고 있다"며 "고금리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시 환경에 규제 환경까지 겹치면서, 탄소중립 이슈는 이제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미 친환경 기준을 충족한 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존 녹색금융만으로는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려는 고탄소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충분히 메우기 어렵다는 데 있다"면서 "이 공백을 메울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전환금융'"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기존 녹색금융 한계를 넘어 고배출 기업의 실질적인 탈탄소화를 끌어내기 위한 평가 체계 구축과 국가 차원의 산업·기후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현석 연세대 교수는 "넷제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녹색 산업에만 자금을 공급하는 기존 녹색금융의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며 "녹색금융만으로는 탄소 중립을 온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민간 부문이 모든 리스크를 짊어질 수는 없으므로, 정부가 일정 부분 리스크를 분담해 민간 자본이 유입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글로벌 탄소 배출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어 선택의 여지 없이 전환금융의 길을 가야 한다"며 "구체적인 로드맵과 정책 도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카유키 모토하시(Takayuki Motohashi) 일본 경제산업성 실장은 일본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3대 축에 대해 발표했다.

모토하시 실장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산업 경쟁력 강화, 그리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배출량 감축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모토하시 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일본은 에너지 자급률이 16% 이하로 낮고 석유·가스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탈탄소 화석연료를 원료가 아닌 에너지원으로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의제"라고 전했다.

그는 "인구 감소로 전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AI 산업 발전으로 2040년 전력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자력 발전도 확대할 것"이라며 "GX 정책을 추진하는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현재 철강, 케미칼, 펄프 등 16개 분야에 대한 중점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GX추진법을 마련하고 2032년까지 150조엔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2028년에는 새로운 세금인 탄소부과금(화석연료부과금)을 도입하며, 이를 위해 20조엔 규모 국채도 발행한다. 현재까지 누적 약 4조 3000억엔 규모의 국채 발행을 완료한 상태다.

그는 전환금융에 대해 "투자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상 기업이 어떻게 투자하는지 신뢰를 얻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하며 "정합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으로써 기업이 신뢰성 있는 전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인증기관, 투자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창록 DNV코리아 선임심사원은 "2021년만 해도 녹색채권을 20개 가까이 발행했었지만,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라며 "녹색채권으로 조달할 수 있는 사업은 이미 대부분 발행을 마쳤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윤 심사원은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감축이 어려운 '하드 투 어베이트(Hard-to-abate)' 섹터는 기존 녹색채권 기준으로 발행하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자금은 필요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전환금융"이라고 덧붙였다.

윤 심사원은 국내 최초 트랜지션 본드 발행 사례로 신한은행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신한은행이 일본에서 발행한 것이 유일한 사례"라며 "금융배출량 감축을 위해 SBTi(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고 섹터별 감축 경로를 인정받아 DNV 검증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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