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천피’ 증시 활황에 고배당 ETF 인기 식었다

입력 2026-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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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3600억 순유출…AI·반도체 랠리에 매력 약화
30% 양호한 수익률에도…“변동성 장세서 재부각”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8700선까지 치솟는 증시 활황 속에서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주요 고배당 ETF가 올해 30% 안팎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성장주 중심의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자금이 이탈하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현금흐름 투자를 지향하기보다 주가 상승에 더욱 기대를 걸면서 투자 위험성향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 고배당 ETF 33개에서 최근 한 달간 3568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 투자자들의 ETF 선호를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결과다. 상품별로는 ‘PLUS 고배당주’에서 1284억원이 빠져나가며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PLUS 고배당주채권혼합’(-952억원),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788억원), ‘SOL 코리아고배당’(-704억원), ‘KODEX 고배당주’(-333억원), ‘RISE 대형고배당10TR’(-318억원), ‘HANARO 증권고배당TOP3플러스’(-284억원) 등에서도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

증시 상승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배당수익보다 주가 상승 폭이 큰 성장 테마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부진한 흐름은 아니다. ‘PLUS 고배당주’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29.13%를 기록했다.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은 30.64%, ‘SOL 코리아고배당’은 32.90%, ‘KODEX 고배당주’는 35.09% 올랐다. 채권혼합형인 ‘PLUS 고배당주채권혼합’도 같은 기간 12.35%의 수익률을 냈다.

다만 국내 증시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코스피는 올해 초 4200대에서 최근 8700대로 오르며 약 107% 상승했다. 시장 전체가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 고배당 ETF의 안정적인 성과가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로 인식된 셈이다.

올해 증시 랠리는 AI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관련 종목이 주도했다. 반면 고배당 ETF는 금융, 보험, 자동차 등 성숙 산업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다. 배당 여력이 큰 기업들이 주로 성장 후반부 업종에 몰려 있는 만큼, 고성장 테마가 시장을 끌어올리는 장세에서는 주도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고배당 ETF의 자금 유출은 차익실현 성격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초에는 기업 밸류업 정책 기대감과 주주환원 확대 흐름을 타고 배당주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이후 상당수 고배당 ETF가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면서 투자자들이 수익을 확정하고 더 높은 상승 여력이 있는 테마형 ETF로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

고배당 ETF는 통상 강한 상승장보다는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 매력이 드러난다. 주가가 빠르게 오를 때는 성장주 대비 수익률이 뒤처질 수 있지만, 시장이 횡보하거나 조정을 받을 때는 배당을 통한 현금흐름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안정적인 이익과 배당 재원을 갖춘 기업은 증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방어주 성격이 강해진다.

특히 단기간 급등한 주도주에서 차익실현 압력이 커지거나 금리, 환율,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 배당주 투자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고배당 ETF는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보다 반복적인 분배금과 낮은 변동성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증시 흐름에 따라 고배당 ETF의 자금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반도체 중심의 상승세가 이어지면 성장형 상품 선호가 지속될 수 있지만, 증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앞세운 배당주가 다시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고배당 ETF의 최근 자금 유출은 수익률 부진보다는 강한 성장주 장세에 따른 상대 매력 약화로 볼 수 있다”며 “주도주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배당주와 고배당 ETF로 자금이 재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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