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환자 코에서 구더기 '꿈틀'...병원 처벌할 수 있을까? [수사와 재판]

입력 2026-06-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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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의 코와 입 등에서 구더기로 추정되는 유충과 알이 발견됐습니다.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이전부터 병원에 관 주변의 오염 등을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병원 측은 코 안까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요양병원 부실관리와 관련된 형사적 쟁점을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A 씨는 4월 강원도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스스로 불편함을 호소할 수 없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어 일반 환자보다 세심한 관찰과 위생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가족들은 면회 중 환자의 코 안을 살펴보다가 구더기로 보이는 유충을 발견했다. 코 안에는 수십 개의 알이 있었고, 면봉으로 꺼낸 벌레는 길이가 약 1㎝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환자 관련 사건에 첫 번째로 적용되는 규정은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상죄이다. 이 죄는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 받는데, 문제는 환자의 몸에서 유충이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죄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신체에 유충이 일시적으로 머물렀다는 사실 자체는 도덕적·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그 자체로 형법상 '상해'가 되지는 않는다. 의학적으로 유충 때문에 코나 구강 내부 조직이 손상되었거나, 이로 인해 새로운 염증·감염이 발생한 경우에만 상해로 인정된다.

판례 역시 인과관계 입증을 매우 엄격하게 요구한다. 요양원 입소 노인에게 욕창이 발생·악화한 사안에서 법원은 "통상적인 지침을 불이행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관리 소홀과 욕창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이번 사건도 △유충과 알의 종류 △성장 단계를 분석해 유입 경로와 시점을 특정 △병원의 관리 소홀로 인해 유충이 자랐음 △이 과정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환자의 건강 상태가 악화했다는 점 등이 증명되어야 한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만약 의학적 감정 결과, 유충으로 인한 새로운 상해나 기저질환의 악화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면 업무상과실치상죄 대신 노인복지법 위반 여부를 봐야 한다. 노인복지법은 보호·감독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본적인 보호와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물론 한두 차례의 실수나 순간적인 확인 누락이 곧바로 방임죄가 되지는 않는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가 누락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내버려두었을 때 방임이 된다. 이번 사안에서는 가족들이 이전부터 관 주변 오염 문제를 병원에 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가족의 문제 제기를 병원 측이 이를 묵살했다면 고의적인 방임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누구까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직접 간병인 및 간호인력은 환자에 대한 밀착 케어를 담당하고 있다. 법원은 격리병실에서 환자를 방치해 욕창을 악화시킨 간병인에게 장애인복지법위반(방임)으로 실형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사례가 있는 만큼 현장 인력의 방치 행위는 가장 먼저 형사처벌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임간호사 등의 경우 직접 처치하지 않았더라도 감독을 소홀히 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법원은 간병사 교육과 관리를 소홀히 한 요양병원 관리이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병원 경영진의 경우, 사건이 요양병원에서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책임이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경영진의 책임을 '구조적 의무 위반'으로 제한하여 본다. 즉 병원 경영진이 환자 관리 인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도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방치했거나, 방충망 관리·정기 소독 등 병원 내 위생 환경 구축 의무를 다하지 않은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다면 병원장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유충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인과관계까지 확인되어야 한다"며 "다만 가족의 오염 문제 제기를 반복적으로 묵살했다면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 금융팀, 수사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 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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