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 도착하기 전 환자에게 고난도 응급처치를 시행할 자격을 두고 의료계의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응급구조사 단체는 환자 안전을 위해 병원 전 응급의료는 응급구조사의 전문 영역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대한응급구조사협회와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한국응급구조학회 등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119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명예교수는 “시행령 개정안은 응급구조사, 간호사, 소방과 보건복지부까지 다양한 조직이 관여하고 있는 사안인데, 직역 간 갈등과 이해관계를 떠나 환자의 안전에 집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간호사 자격이 있는 구급대원이 일정 시간 교육을 수료하면 1급 응급구조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1급 응급구조사는 2급 응급구조사보다 응시 자격이 까다로우며, 기관 내 삽관과 정맥로 확보 등 고난도 처치를 시행할 수 있다.
고위험 응급처치는 환자의 치료와 예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격과 면허 체계를 자세히 검토해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기관 내 삽관은 환자 상태 평가, 적응증 및 금기 판단, 시술 전후 산소화 관리, 실패 시 대응 전략 등에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정우석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법제위원회 간사(충남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기관 내 삽관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하고 전문적인 침습적 행위다”라며 “기도 내에 굵은 관을 넣으면서 입술부터 치아, 혀, 기관 점막, 후두와 성대까지 출혈과 손상의 위험이 있고, 흡인성 폐렴과 저산소증 위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도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의견이 나온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의료법에서 면허의 범위를 정해놓은 취지는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라며 “시행령에서 의료법을 넘어서면서까지 달성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 그것이 정말로 환자의 생명에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생명보다는 행정적 편의에 따른 개정안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응급구조사의 전문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논문에 따르면 기도 삽관을 자신 있게 시행할 수 있으려면 119~120회의 실질적인 연습이 필요하며, 해마다 10회 이상 실시해야 술기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됐다”라며 “마네킹에서 몇 시간 연습해서는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도 삽관을 식도에 잘못 하거나,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간호사가 삽관했다가 형사 처벌을 받은 판례가 존재한다”라며 처치에 명확한 자격과 책임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에서는 환자와 구급대원 모두를 위한 안전망을 촉구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응급처치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행한 고위험 술기가 정말 정확한 타이밍에 올바르게 시행됐는지 검증할 시스템이 없는데, ‘일단 권한을 넓혀주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구급대원들에게 법적, 도덕적 책임을 떠넘기고 환자와 대원을 모두 사지로 내모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