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가 더 무섭다”⋯계약갱신청구권 아끼는 세입자들

입력 2026-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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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수급지수 5년2개월 만에 최고
갱신권 사용 줄고 재계약 늘어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서울 전세 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싼 세입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지금 갱신권을 쓰기보다 향후 더 큰 전세난에 대비해 권리를 아껴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16.1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3월 둘째 주(116.8) 이후 약 5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실제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5월 서울 전세가격지수는 누적 3.47%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0.59%)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전세 매물 감소도 체감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일 기준 1만8445건으로 전년(2만5886건) 대비 28.8% 줄었다. 입주 물량 감소와 실거주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전세 물건이 빠르게 감소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갱신계약 비중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갱신계약 비율은 44.9%로 지난해 같은 기간(36.0%)보다 8.9%포인트(p) 상승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의 월세화가 지속되면서 순수 전세매물이 감소하고 있다”며 “매물 부족과 향후 전세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로 이사를 가지 않고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갱신계약 비중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은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은 43.3%로 지난해 1~4월(48.4%)보다 5.1%p 낮아졌다. 올해 4월 서울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전·월세 계약은 315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0건 이상 줄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한 차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임대인은 법에서 정한 예외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이를 활용하면 최초 2년 계약 이후 추가로 2년 더 거주할 수 있어 최대 4년까지 같은 주택에 머무는 것이 가능하다.

세입자들이 향후 전세난 심화 가능성을 고려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전략적으로 아껴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시세에 맞춰 재계약을 체결한 뒤 향후 전셋값 상승 폭이 커질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세입자들이 이처럼 장기전에 대비하는 배경에는 공급 부족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로 전셋값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임대를 제외한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349가구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2027~2029년 서울 연평균 입주 물량도 1만322가구로 직전 3년 평균(2만502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에는 임대료 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갱신권을 즉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집주인과 합의 재계약을 한 뒤 향후 전세시장 상황에 대비해 권리를 아껴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전세가격 상승 기대가 높을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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