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넘어 로봇까지…젠슨 황이 선언한 ‘코리아 AI 동맹’

입력 2026-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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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 회동’ 약 7개월 만에 방한
“한국에 4개 신사업 가져왔다”
반도체 넘어 피지컬 AI 협력 확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공급망 협력 상대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중심이던 엔비디아의 협력 축이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로 확장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AI 생태계 구축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AI 기업 경영진, 게임업계 관계자 등을 잇달아 만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방한 첫날인 5일에는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캠프를 찾아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선수단과 만났다. 이후 홍대입구역 인근 고깃집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가졌다.

올해 회동은 단순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 논의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AI 인프라 등 산업 전반으로 의제가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CEO는 당시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 큰 선물로 엔비디아의 4개 새로운 사업을 가져왔다”며 “한국은 앞으로 정말, 정말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사업은 차세대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베라 루빈’, 중앙처리장치(CPU) ‘베라’,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용 프로세서 ‘젯슨 토르’다.

엔비디아의 관심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피지컬 AI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처럼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고 판단하는 AI를 뜻한다. 엔비디아는 올해 CES와 GTC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산업용 AI를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하며 피지컬 AI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중 취재진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중 취재진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SK그룹은 엔비디아의 핵심 AI 동맹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제조 AI, 디지털 트윈 등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황 CEO는 7일 저녁에는 최 회장뿐만 아니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들과 ‘2차 깐부 회동’을 했다.

LG그룹도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거론된다. LG전자는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LG이노텍은 자율주행용 센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가 실제 제조 현장과 이동체에 적용되는 단계로 넘어갈수록 전자·부품·로봇 역량을 갖춘 LG그룹과의 협력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피지컬 AI 파트너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황 CEO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7일 서울 중구 평양냉면 전문점 우래옥에서 깜짝 회동한 데 이어 8일에는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을 찾아 면담한다.

네이버 역시 소버린 AI와 AI 팩토리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점쳐진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 AI 모델과 클라우드, 로봇 친화형 사옥 ‘1784’를 기반으로 AI 인프라와 로봇 운영 경험을 쌓아왔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AI 반도체 수요처이자 한국형 AI 생태계 파트너로 네이버의 활용도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업계에서는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가 주목받는다. 황 CEO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게임은 엔비디아 GPU 생태계의 핵심 수요처인 동시에 생성형 AI, 그래픽, 물리엔진, AI NPC 등 차세대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는 분야다. 특히 크래프톤은 피지컬 AI 전문 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한 만큼 향후 로봇 AI 학습 분야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과 엔비디아의 관계가 AI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넘어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함께 추진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한국 기업이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필요한 메모리와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로봇·자율주행·스마트 제조·AI 데이터센터를 함께 설계하고 운영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재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협력 관계가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를 포함한 피지컬 AI 생태계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며 “이번 방한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산업의 공급자가 아니라 미래 산업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 올라섰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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