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는 판교에 케임브리지 CIC ‘K-Bio CIC’ 조성
국내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마련해 다방면 지원

국내 바이오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공동연구나 지분투자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연구 공간과 글로벌 네트워크, 투자·사업개발(BD)까지 더한 모습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차바이오텍이 각각 글로벌 제약사, 혁신 플랫폼과 손잡고 바이오 스타트업 전용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조성에 나서며 ‘한국판 JLABS(J&J 산하 전문 엑셀러레이터 기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월 미국 일라이 릴리와 협력해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릴리게이트웨이랩스(LGL)’의 국내 거점을 인천 송도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LGL은 릴리가 유망 바이오텍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사무공간과 연구시설 제공뿐 아니라 연구개발(R&D) 협력, 멘토링, 투자 유치 지원 등을 제공한다.
LGL 신규 거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내 2027년 7월 설립 예정인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C랩 아웃사이드’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상 5층, 연면적 1만2000㎡(약 3500평) 규모로 사무시설과 연구시설을 비롯해 미팅룸 등 다양한 최신식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반적인 운영은 LGL과 공동으로 이뤄진다.
베레나 슈토커 LGL 유럽 총괄 책임자는 올해 4월 한국에 방문해 “한국이 네이처 논문 게재 수 기준 세계 8위 수준이며 특히 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에서 혁신이 활발하고 정부 지원과 함께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을 주요 거점으로 선택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릴리는 최대 30개 바이오 스타트업을 공동 선발해 육성할 계획이다. 시리즈B 이하 초기 바이오텍이 주요 대상이며 입주 기간은 최대 4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의 생산·개발 인프라와 릴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국내 바이오텍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차바이오텍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구축 중인 ‘CGB(Cell Gene Bioplatform)’ 내에 1만㎡(3025평) 규모의 ‘K-Bio CIC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약 100여 개의 바이오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올해 말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K-Bio CIC는 미국의 혁신 플랫폼 운영사인 케임브리지 혁신센터(CIC)의 운영 모델을 도입했다.
K-Bio CIC는 연구시설 제공뿐 아니라 공유 실험실과 첨단 연구장비, 글로벌 네트워크 연계, 임상 접근성, GMP 생산 연계, 글로벌 사업개발 지원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입주 기업은 차바이오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6개 CGT CDMO 사이트와 임상시험센터, 세포 라이브러리 등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차바이오텍은 노바티스, 써모피셔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 자문, 멘토링, 네트워크 연계 등 협력도 확대하며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오픈이노베이션은 공동연구, 기술이전, 전략적 투자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이 연구개발(R&D)부터 임상, 생산,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까지 성장 전 과정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인프라형 생태계 구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JLABS, 랩센트럴(LabCentral), CIC 등이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해왔지만 국내에는 이와 유사한 모델이 부족했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차바이오텍이 추진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K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거점이 각각 국내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송도와 판교에 조성된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릴리 LGL을 기반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와 사업화 연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차바이오텍은 CIC 모델을 바탕으로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등 서로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전략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국내 유망 바이오기업이 초기 연구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이런 상생협력 모델을 통해 K바이오가 지속 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