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경제법안 다시 줄 선다…유통 규제 완화·금융 입법이 후반기 핵심 쟁점 [다시 도는 입법시계]

입력 2026-06-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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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법 개정안, 정무위 금융법안 재가동 여부에 시선…원구성 마무리가 첫 관문
민생법안은 합의 처리 가능성, 가상자산 과세·유통 규제 완화는 이해충돌에 험로 예상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 회의. (연합뉴스)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 회의. (연합뉴스)

후반기 국회 경제입법의 화두는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다. 정치 일정에 밀려 있던 주요 경제 법안들이 다시 처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금융시장 제도화, 민생 지원 확대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장 눈길을 끄는 산업 법안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안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안 등이 올라가 있다. 김동아 의원안은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영업 규제는 유지하되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 시간대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반면 김성원 의원안은 한발 더 나아가 새벽배송 허용뿐 아니라 심야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 폐지까지 담고 있다.

법안별 완화 폭은 다르지만, 오프라인 중심으로 설계된 규제가 이미 온라인 유통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은 공통분모에 가깝다. 현행법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고, 매월 두 차례 의무휴업일을 두도록 하고 있어 온라인 배송 경쟁력 측면에서 대형마트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후반기 국회 또 다른 축은 금융 입법 재가동이다. 상반기 본회의를 통과한 이재명 정부 금융 관련 법안은 신용정보법 개정안 1건에 그쳤고, 나머지 서민금융법·자본시장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디지털자산기본법 등은 모두 정무위에 묶여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여권은 정무위를 포함한 경제 상임위를 확보해야 국정과제 입법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고, 금융당국 역시 원구성 이후 서민금융법, 자본시장법, 보이스피싱 관련 법안, 디지털자산기본법 등을 주요 처리 과제로 보고 있다. 결국 후반기 정무위 구성 자체가 금융 입법 재가동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법안 가운데 우선순위가 높은 것으로 꼽히는 것은 서민금융법 개정안이다. 서민금융진흥원에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하고 금융사 출연금 일몰 규정을 손질해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 연체율 상승 속에 취약차주 지원 수요가 커진 만큼 정책서민금융을 상시 안전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명분은 강하다.

다만 금융권 출연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추가 부담을 얼마나 더 지울 수 있느냐를 두고 반발이 적지 않다.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재원 조달 구조를 놓고 여야와 업권 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전형적인 법안이라는 평가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도 민생 체감도가 높은 법안이다.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시 금융사가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 범위 내에서 피해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책임제’가 골자다. 피해자 보호 필요성은 크지만, 금융권은 범죄 책임을 금융회사에 과도하게 전가하는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생 법안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명분은 충분하지만, 실제 배상 범위와 책임 구조를 둘러싼 논쟁 때문에 하반기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가상자산 과세 문제는 후반기 정무위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거래시장 제도화를 위한 기본 틀이라는 점에서 제도 정비 필요성에는 이견이 적지 않지만, 발행 주체와 준비금, 상환 의무,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 등 세부 쟁점은 복잡하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가상자산 소득세 폐지를 후반기 국회 ‘1호 법안’으로 밀어붙이겠다고 밝히면서 제도화 논의와 과세 논의가 동시에 얽히는 구도가 형성됐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3월 가상자산 소득세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관련 국민동의청원도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상임위에 회부됐다. 반면 정부는 내년 1월 과세 시행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후반기 국회에서는 투자자 보호·산업 육성·조세 형평성이 한꺼번에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별도로, 이미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하고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합의형 민생법안들은 후반기 국회 초반 가장 먼저 재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 위기 기업의 세무조사 유예 신청을 가능하게 하는 국세기본법 개정안, 지자체장에게 안전취약계층 대피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장애인 학대·성범죄 미신고 과태료 상한을 올리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6·25전쟁 무공훈장 신청 대상 유가족 범위를 넓히는 보훈 법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치적 쟁점성이 크지 않고 실질 효용이 분명한 법안들인 만큼, 여야가 원구성만 마무리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카드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구성이 조기에 마무리되면 세무·재난·장애인·보훈 같은 비쟁점 민생법안부터 먼저 처리하고, 이후 서민금융·디지털자산·유통 규제 개선 논의를 순차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상임위원장 배분과 법사위 협상, 여야 지도부 재편이 길어지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금융 핵심 법안은 물론 이미 합의된 민생법안까지 다시 정쟁의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후반기 국회 초반 경제 입법 성적표는 법안 자체의 시급성보다 국회가 정치 일정을 얼마나 빨리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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