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도체 호황에 '수리업'도 기회…이큐글로벌, 유럽 진출 본격화" [기술 속국 탈출기③]

입력 2026-05-20 05: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산업이 빠르게 확장되며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완제품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그 기반에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는 물론 로봇, 디스플레이 등 산업 전반에서 소부장은 기술 한계를 돌파하는 출발점이자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본지는 다양한 산업의 소부장 기업 대표들을 릴레이로 만나 기술 변화의 흐름과 시장에 대한 진단을 들어본다. 현장에서 바라본 기회와 위기, 그리고 산업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짚어본다.

삼성·SK 풀가동에 정비 수요 확대
반도체 리페어 시장 성장세 본격화
인텔 애리조나 팹 내부 수리도 담당
장비 제조사 대응 어려운 레거시 영역 공략
“기술·부품 소싱 역량 동시에 필요”

반도체 장비 리페어 시장은 그동안 조용한 영역이었다. 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뒤에서 부품을 살리고, 단종된 장비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일. 최태호 이큐글로벌 대표는 이 시장을 “팹의 심장을 유지하는 산업”이라고 표현했다.

최 대표는 LG반도체와 동부아남반도체, 중국 SMIC(중신국제반도체), 매그나칩반도체, SK키파운드리 등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서 약 30년간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공정과 제품개발 등 엔지니어 경험을 시작으로 기술 마케팅과 영업 분야까지 두루 거치며 반도체 생산 현장과 시장 흐름을 모두 경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이어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LG반도체에서 시작된 그의 경력은 이후 SK하이닉스와 매그나칩, 키파운드리로 이어지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재편 과정과도 맞물려 있다. 엔지니어에서 사업 담당 임원까지 역할을 넓혀온 그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장비 부품 리페어 기업인 이큐글로벌 대표를 맡아 사업 확대를 이끌고 있다.

그는 “엔지니어로 소자 엔지니어링과 제품개발을 했고 이후 마케팅과 영업까지 모두 경험했다”며 “커리어 전체가 파운드리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팹 멈추면 생산도 멈춘다”…리페어 시장 급부상

이큐글로벌은 반도체 장비 자체를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장비 내부에 들어가는 RF 컴포넌트와 테스트 장비 부품 등을 수리·복원하는 회사다. 전공정에서는 식각(Etching)과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PECVD), 이온주입(Implant), 세정(Cleaning) 공정 등에 사용되는 RF 장비(제너레이터)와 매처(Matcher), 전원공급장치(Power Supply), 원격플라즈마소스(RPS) 등을 다룬다. 후공정에서는 웨이퍼 테스트 장비에 들어가는 각종 인쇄회로기판(PCB) 보드와 메인보드 수리를 맡는다.

최 대표는 “에칭 장비 한 대 안에는 RF 제너레이터와 매처 같은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 중 하나만 멈춰도 장비 전체가 선다”며 “장비가 멈추면 결국 팹 전체 수율과 생산성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민감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업황 변화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고객들의 수요가 확실히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거의 풀가동에 가까운 수준으로 팹을 돌리다 보니 정비 요청도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은 사실상 쉬지 않고 돌아가는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투자 확대는 장비 리페어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장비를 오래 돌릴수록 부품 고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납기 지연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예전에는 한 달 안에 들어오던 부품이 지금은 석 달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AI 투자 확대와 글로벌 팹 가동률 상승으로 공급망관리(SCM) 전체가 다급히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고 장비도 워런티 시대”

이큐글로벌의 또 다른 특징은 서플러스글로벌과의 시너지다. 이큐글로벌은 원래 하이닉스에서 분사한 조직으로 2017년 서플러스글로벌에 인수됐다.

최 대표는 “서플러스글로벌은 글로벌 중고 장비 소싱 능력에서는 사실상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대부분의 장비가 ‘AS IS(중고 장비를 매입한 뒤 그대로 파는)’ 상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는 조금 비싸더라도 워런티가 보장되는 제품을 원한다”며 “서플러스글로벌이 소싱해온 장비나 부품을 저희가 테스트하고 수리해 워킹 레벨 혹은 워런티 레벨까지 올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큐글로벌은 중고 부품의 동작 여부를 직접 테스트하고, 수리 후 보증까지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팹 환경과 유사한 테스트 환경에서 검증을 진행해 실제 생산라인에서도 문제없이 동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태호 이큐글로벌 대표가 4월 15일 용인시 처인구 서플러스글로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예연 인턴기자 kimye@ (이투데이DB)
▲최태호 이큐글로벌 대표가 4월 15일 용인시 처인구 서플러스글로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예연 인턴기자 kimye@ (이투데이DB)

최 대표는 “반도체 장비 파츠는 종류가 워낙 많아서 작동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우리는 팹 환경과 유사한 테스트 장비와 벤치를 구축해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 인프라를 갖춘 업체는 국내에서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리페어 산업이 아직 영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고객이 부품 10개를 수리하려면 업체 10곳에 각각 연락해야 할 정도로 시장이 체계적이지 않았다”며 “전문성과 커버리지를 동시에 확보한 업체가 드물었다”고 말했다.

인텔 팹까지 들어간 이큐글로벌

현재 이큐글로벌의 최종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U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다. 서플러스글로벌과의 협업 비중은 아직 5~10% 수준이지만 향후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텔과의 협업은 이큐글로벌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최 대표는 “3년 전부터 인텔과 거래를 시작했는데, 지난해에는 애리조나 팹 내부 수리를 전담해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인텔 내부에도 자체 수리 인력이 있지만, 외부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큐글로벌은 미국 애리조나 현지에 엔지니어와 영업 인력을 파견해 인텔 팹 내부에서 직접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오레곤과 뉴멕시코 등 미국 내 다른 거점까지 대응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우시 SK하이닉스 팹 내부에 수리 거점을 운영 중이며, 대련 팹 인근에도 신규 수리샵을 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 내부에도 별도 수리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고객사 입장에서는 반도체 장비 새 제품 수준에 가까운 품질과 대응 속도를 원한다”며 “외부 업체라도 검증 능력과 품질 신뢰도가 확보되면 충분히 협업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장비 업체들과의 관계도 경쟁보다는 상호보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최근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글로벌 장비 업체들이 유지보수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모든 장비를 직접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규 장비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맡고, 워런티가 끝난 레거시 장비는 외부 수리업체가 대응하는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라며 “SK하이닉스의 청주 팹 M15X도 아직은 신규이지만 몇 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리페어 수요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큐글로벌은 최근 선단 장비 대응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신 클리닝 장비와 신규 RF 시스템을 미리 구매해 내부 분석과 부품 수급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장비 수리도 결국 기술력 싸움

최 대표는 “같은 세대 장비라도 장비 제조업체마다 보드 설계와 펌웨어 철학이 전부 다르다”며 “제품을 직접 분해하고 기능을 분석하면서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리업체는 결국 기술과 부품 소싱 능력,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춰야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최태호 이큐글로벌 대표가 4월 15일 용인시 처인구 서플러스글로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예연 인턴기자 kimye@ (이투데이DB)
▲최태호 이큐글로벌 대표가 4월 15일 용인시 처인구 서플러스글로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예연 인턴기자 kimye@ (이투데이DB)

실제 이큐글로벌은 신규 장비와 부품을 미리 확보해 내부적으로 분석·테스트를 진행하며 차세대 장비 대응 역량을 키우고 있다. 단순 수리를 넘어 사실상 연구개발(R&D)에 가까운 방식으로 기술 데이터를 축적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선단 공정 장비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런 선행 분석 역량이 리페어 업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거시 팹 많은 유럽 시장 정조준

향후 최대 기회 시장으로는 유럽을 꼽았다. 그는 “유럽은 레거시 8인치·12인치 팹 비중이 높고 자동차·전력반도체 중심이라 리페어 수요가 상당하다”며 “아직 제대로 대응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 사실상 무주공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유럽 반도체 공장들은 차량용 반도체와 산업용 반도체 생산 비중이 높은 만큼 최신 초미세 공정보다는 안정성이 검증된 40나노·55나노급 공정을 장기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신규 장비 교체보다 기존 장비 유지·보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오래된 장비일수록 부품 단종과 유지보수 인력 부족 문제가 심해져 전문 리페어 업체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독일 드레스덴 지역을 주요 거점 후보로 검토 중이다. 드레스덴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과 유럽 반도체 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최근 TSMC 의 현지 투자까지 더해지며 반도체 공급망 중심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 대표는 “현지에서는 장비를 영국 등 다른 지역으로 보내 수리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전문 업체가 부족하다”며 “후공정 테스트 영역까지 포함하면 유럽 시장은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탈모 1000만명 시대 해법 논의…이투데이, ‘K-제약바이오포럼 2026’ 개최[자라나라 머리머리]
  • “우린 주주 아니다?”…앤스로픽發 ‘프리IPO 쇼크’ [AI 투자 광풍의 ‘민낯’]
  • 애는 엄마가 집에서 봐야 한다고요?…18년 만에 바뀐 인식 [데이터클립]
  • 금리·자재비에 눌린 건설株…코스피 오를 때 대우ㆍGS건설 15% ‘역주행’
  • "최악 아냐"...삼성 총파업에도 주가 계속 오르는 이유
  • 스타벅스글로벌도 탱크데이 논란에 “진심으로 사과…책임 규명·조사 착수”
  • 대형주 부진에 코스피 3.2% 내린 7271에 마감⋯외인 7조 순매도
  • [환율마감] 원·달러 1510원 육박 한달보름만 최고, 안전선호+외인 코스피 투매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4,649,000
    • +0.14%
    • 이더리움
    • 3,150,000
    • -0.54%
    • 비트코인 캐시
    • 551,000
    • -1.34%
    • 리플
    • 2,026
    • -2.08%
    • 솔라나
    • 125,600
    • -1.1%
    • 에이다
    • 371
    • -1.07%
    • 트론
    • 532
    • +0.57%
    • 스텔라루멘
    • 214
    • -2.73%
    • 비트코인에스브이
    • 21,910
    • -2.06%
    • 체인링크
    • 14,100
    • -0.7%
    • 샌드박스
    • 105
    • -2.7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