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우리은행, ‘라임 사태’ 고의성 단정 어려워” 파기환송

입력 2026-05-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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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고의성 없으나 판매시 설명 부족' 1억1000만원 배상 판결
2심 '라임 펀드 위험성 사전에 인식' 고의성 인정⋯배상액 2억7700만원 늘려
대법 "고의적인 기망행위 단정 어려워" 파기환송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2019년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이 투자자로부터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당해 하급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투자자를 고의로 속이고 판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재심리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3부(이흥구 주심 대법관)는 라임 펀드 투자로 손해를 본 원고 A씨가 위탁판매사 우리은행과 실제 투자를 권유한 부지점장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민법상 사기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려면 거래당사자 중 일방의 고의적인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과 부지점장 B씨가 A씨에게 라임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유할 당시, 해당 펀드의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또 A씨가 투자상 위험과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냐는 투자자정보 확인서에 “듣고 이해하였음”이라는 문장을 자필 기재했고, 이후 은행으로부터 펀드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해피콜 전화를 받았을 때도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고 답한 점도 이번 파기환송의 근거로 들었다.

2019년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투자자들에게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46호 펀드’를 판매했다.

같은 해 A씨는 우리은행의 한 지점에서 부지점장으로 일하는 B씨에게 해당 펀드 투자를 권유받아 5억6000만원을 투자했다.

상품설명서에는 펀드 투자금 중 60%를 라임자산운용 모펀드에, 40%를 교보증권채 펀드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문제는 그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이 해당 펀드를 포함한 3개 펀드의 환매 연기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A씨에게 펀드 손실률이 49%에 달하며 교보증권채 투자금에서 발생한 40~45%의 자금만 정상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통지했다.

전체 5억6000만원의 투자금 중 약 2억2200만원만을 돌려받게 된 A씨는 우리은행 측이 제시한 투자원금의 일부 선지급이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과에 따른 보상금 지급 등 사후 보상안을 거절했고, 이후 손해액 3억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부지점장 B씨가 ‘종전에 투자했던 펀드와 동일한 구성으로 만기만 6개월 연장된 안전한 상품’, ‘원금 손실 위험이 없고 약3%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품’이라고 안내해 사실과 다른 설명으로 착오에 빠져 투자 계약을 했다며 이를 취소하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재판 과정 내내 ‘원금손실 없이 수익률이 보장된다고 안내한 사실이 없고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부실화돼있다는 사정도 사전에 알 수 없었다’며 맞섰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우리은행과 부지점장 B씨가 공동으로 원고 A씨에게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계약서에 투자 내역과 목표수익률, 원금손실 가능성 등이 명시돼 있어 우리은행측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부지점장 B씨가 임의로 원고 A씨의 투자자 성향분석 설문 항목을 작성해 ‘적극투자형(2등급)’으로 분류한 점, 해당 펀드가 A씨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권유하고 주의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로 들어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양측이 항소했고,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은 2023년 우리은행의 기망행위까지 인정하며 A씨가 받을 배상금액을 2억7700여만원으로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해당 펀드가 30%의 손실을 낼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점, 우리은행이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허위 보도’를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2년 11월 금융위원회가 우리은행의 해당 펀드 불완전 판매행위 등을 이유로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는 영업 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린 점도 판단 근거로 명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부지점장 B씨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만 인정될 뿐, 우리은행이 고의적으로 A씨를 기망했다는 점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파기환송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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