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잠김 우려에…토허구역 ‘세입자 낀 집’ 거래 문턱 낮춘다 [종합] [비거주 1주택 실거주 유예]

입력 2026-05-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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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매도자 형평성 초점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자만 대상…이르면 이달 말 신청 가능
정부 “갭투자 불허 원칙 유지…매물 출회 효과 기대”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한시 유예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한시 유예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확대한다. 기존 일부 다주택자 매물에만 적용됐던 예외를 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한 임대 중 주택 전반으로 넓혀 매도자 간 형평성을 맞추고 거래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매수자는 발표일인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사람으로 제한된다. 임차 기간 종료 후 입주해 2년간 실제 거주해야 하는 의무는 유지된다.

12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방안'을 발표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13일부터 입법 예고된다.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시행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실거주 유예 신청과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나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9일 6만8495건에서 이날 6만3985건으로 사흘 새 4510건(6.6%) 줄었다. 집주인들의 매물 철회 요청이 일선 중개업소에 이어지면서 11일 6만5682건까지 감소한 데 이어 하루 만에 6만3000건대까지 내려앉았다.

매물 잠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토허구역 내 임대 중 주택은 실거주 의무 때문에 거래가 더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현행 제도상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사려면 허가 이후 4개월 안에 입주해 2년간 실제 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월세 계약이 남아 있는 주택은 입주 시기 등 실거주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거래 성사가 쉽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거래 제약을 풀기 위해 앞서 일부 다주택자 매물에 한해 실거주 유예를 적용해 왔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제한에 따른 보완 조치였다. 그러나 비거주 1주택자 등이 보유한 임대 중인 주택은 같은 조건에서도 유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예 대상을 일부 다주택자 매물에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넓히기로 했다. 12일 현재 임대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은 매도자 유형과 관계없이 실거주 유예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올해 12월 31일까지 관할 관청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이후 4개월 안에 주택을 취득해야 한다.

매수자 요건은 엄격히 제한된다. 정부는 갈아타기 목적의 실거주 유예를 막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매수자를 ‘발표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자’로 한정하기로 했다. 발표일 당시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가 이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된 경우는 유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거주 유예 기간은 발표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다. 다만 임대차계약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실거주를 위해 입주해야 한다. 유예를 받더라도 입주 뒤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는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신규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발표일 현재 이미 임대 중인 주택에 대해서만 유예를 적용하고 매수자도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사람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유예 기간도 기존 임대차계약의 최초 종료일까지로 한정돼 전세를 끼고 장기간 보유하는 방식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입주는 유예되지만 그 기간은 최대 2년을 넘길 수 없다”며 “실거주 의무라는 토지거래허가제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 대상 주택 매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전입 의무도 조정된다. 국토부는 토허구역 주택 매입 시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해당 주택 매입을 위한 주담대 실행 시 전입신고 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대출 규제 완화는 아니다. 전세가 낀 주택을 매수할 경우 기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선순위 임차보증금 등을 고려해야 해 매수자의 자금 조달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국토부는 이번 후속 조치로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입자가 있어 매도를 고민하던 보유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고 무주택 실수요자도 기존 임대차계약 때문에 매수를 포기해야 했던 주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기존 전·월세 거주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수하면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임차 수요도 일부 감소하는 만큼, 총량 측면에서는 전·월세 수급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리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이번 조치는 세입자가 있어 매도를 망설이던 보유자들의 거래 불편을 줄이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 임대차계약 때문에 거래가 어려웠던 주택도 시장에 나올 수 있어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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