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가 2만 명을 넘었지만 이 가운데 10건 중 4건이 재판도 열리지 않은 채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단계에서 수사를 마친 뒤 법원에 넘겨진 사안이라도, 재판부가 상세 내용을 확인하면 범죄의 정도가 경미해 별도 심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심리불개시’ 결정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촉법소년 사건 접수가 늘어나는 추세만으로 그 범죄가 흉포화되고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본지가 확보한 법원행정처의 ‘촉법소년 심리불개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검거해 전국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한 촉법소년(10세 이상 14세 미만) 사건 2만1958건 중 중 9093건(41.4%)은 심리불개시 결정됐다. 최근 학교폭력 사건을 경찰에 고소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촉법소년 사건이 10년 새 3배로 늘었는데 이 중 40%이상이 재판 없이 종결된 셈이다.
촉법소년 사건의 심리불개시 비율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5년 2015년 7404건 중 1277건(17.2%)이었던 것이 2019년(23.3%), 2021년(31.8%)를 거쳐 2025년 2만1958건 중 9093건(41.4%)까지 늘었다.

재판이 개시돼도 모두 보호처분(1~10호)까지 이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실제 재판에 넘겨진 촉법소년 사건 1만2865건 중 보호처분이 내려진 것은 7294건(56%)이다. 한해 약 2만2000건의 촉법소년 사건이 접수돼도 실제로 절반가량은 처분 없이 종결된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경찰 단계에 접수된 촉법소년 사건이 무조건 가정법원으로 송치되는 구조가 ‘과다 접수’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소년법 제4조에 따르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검찰의 기소 및 불기소 판단을 거치지 않고 곧장 전국 가정법원 산하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게 돼 있다.
최근 들어 복합적인 요인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소년간 갈등 해결이 아닌 사법의 영역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화됐고, 이 같은 흐름이 기존 소년법 규정과 맞물려 촉법소년 사건 증가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감사관 변호사를 지낸 전경석 법률사무소 오율 변호사는 “교육지원청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사안 조사에 한계가 있고, 각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위원 구성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입장은 천차만별”이라면서 “피해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피해를 구제받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것이고, ‘사건을 가정법원에 송치했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을 들고 학폭위에 가서 다른 결정을 못 내리게 하는 것”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경찰청 역시 이 같은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최근 ‘촉법소년을 선별 송치하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긴 ‘촉법소년 선별송치 및 경찰 선도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통계적으로 촉법소년의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추행, 방화) 비율은 3.9%로 소년범죄 전체의 비율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비교적 경미한 사건이 전부 법원에 접수되는 상황이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소년부 판사 인터뷰를 통해 “명예훼손이나 모욕 같은 사건에서 경찰이 아이들이 화해시켜놓고도 (권한이 없어서) 종결을 못 하는데, 화해를 해서 죄가 성립이 안되는 경우는 법원까지 오는 것이 불합리하다”(A판사), “소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조사가 어느정도 이루어진 뒤에 송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그런 조사가 부족하거나 누락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조치가 소년의 재비행 예방에 도움이 될지 의문”(B판사)이라는 응답도 공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