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항 점검 후 적합한 역할 부여하는 중장기 전략 마련해야"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한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과 일자리, 주거, 교통·문화 인프라를 분산해 국토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공항은 균형발전 전략에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관광객과 소비, 기업과 물류를 끌어들이는 관문으로서 지역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공항 운영체계 개편 문제를 조직 통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공항 망의 역할과 기능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과 제주국제공항 등 일부 공항에 수요가 집중되고 상당수 지방공항은 유휴시설에 가까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가 타파하려는 ‘수도권 1극 체제’와 다름없는 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5극3특’으로 대표되는 국가균형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노선과 수요의 쏠림이 심하다 보니 지방 공항 대다수는 적자를 벗어나기 힘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공항 운영체계 개편 얘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기능중복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통합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았으나 통합을 두고 찬반이 팽팽하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공항이 상당하지만 새 공항을 만들자는 요구는 끊이지 않는다.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국제공항, 제주 제2공항, 울릉·흑산·백령도 소형공항 등은 추진 중이고 서산공항도 2023년 예비타당성조사 탈락 이후 재추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공항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는 현재의 문제를 해소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본다. 공항별 수요와 기능이 다른 상황에서 기관 통합이나 적자 해소에만 초점을 맞추면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역할을 맡길 수 없고 그만큼 전체적인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항은 한 번 지으면 수십 년간 국가 교통망에 영향을 주는 시설인데 지금까지는 개별 지역의 요구나 기관별 이해관계가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항별 수요와 기능을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새 공항을 짓든 운영기관을 합치든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항이 활용되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통폐합이나 신공항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 허브 또는 생활권·물류 중심 운영 여부, 국제선 강화 등에 관한 국가 차원의 그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 교수는 “공항은 지역이 외부 수요를 받아들이는 관문이라는 점에서 균형발전의 핵심 인프라”라며 “노선과 접근 교통, 배후 산업을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공항 경쟁력이 지역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전체 공항망을 기준으로 기존 공항의 기능을 먼저 점검하고 각 공항에 맞는 역할을 정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