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 내부 인력 선발 한창
경제단체·연구기관 등 포함 가능성

전 세계가 중동발 에너지 쇼크와 공급망 붕괴라는 ‘시계 제로’의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가 경제 안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기업과 손을 맞잡았다. 국무조정실이 정책 설계 단계부터 기업인을 직접 투입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전격 가동하며 모래주머니를 걷어내고 글로벌 복합 위기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정부가 정책 설계 단계부터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기업 활동을 제약해온 규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본지 취재 결과 국무조정실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과 경제단체, 연구기관까지 아우르는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을 꾸리고 기업들로부터 파견 신청자를 받고 있다. 새롭게 구성되는 규제합리화추진단은 다음 주 중 본격 가동된다.
규제합리화추진단은 역대 정부에서 운영됐지만, 주요 기업의 현직 실무진을 직접 파견받아 정책 설계 과정에 투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관료 조직이 주도해온 하향식 방식에서 탈피해 주요 기업의 현직 실무진을 정책 수립의 본진에 직접 투입함으로써 규제 철폐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한국경제인협회를 통해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견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각 기업과 업종별로 관련 내용이 전달되면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내부에서 파견 인력 선발 작업에 착수했다.
기업에서 파견되는 인력은 두 자릿수 규모로 알려졌으며 이와 함께 민간 전문가 8명, 협회·단체 6명, 연구기관 2명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요 경제단체와 함께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모집 분야 역시 반도체, 자동차, 화학, 방산, 조선, 배터리 등 제조업 전반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 영역을 포괄한다. 기존 국무조정실 인력까지 포함하면 규제합리화추진단 규모는 총 30~4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합리화추진단은 6일부터 서울 중구 부영 태평빌딩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정부서울청사와 인접하고 기업 접근성도 높은 입지로, 민관 협업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파견 인력은 1년 단위로 활동한다. 비교적 충분한 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규제 개선 작업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현행 규제 가운데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사례를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에서 체감되는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개선 필요성을 분석하고 실행 가능한 정책 대안까지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기업 인력을 직접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규제 개혁에 나선 점은 이전과 다른 변화로 평가된다. 단순 자문을 넘어 정책 설계 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현장 체감도가 높은 개선안을 도출하겠다는 취지다. 재계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의 규제합리화추진단은 정부 분위기에 따라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현장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컸다”고 하면서 “이번만큼은 적극적으로 기업인들을 모아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가 상당해 재계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추진단에 인력을 파견하면 정부의 정책 방향과 규제 논의 흐름을 보다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면서 “현장 의견을 전달하는 동시에 정책 설계 과정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셈”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