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은행 앱과 부동산 앱을 여닫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그는 신혼집을 마련하려면 대출이 불가피한데 대출 규제에 걸려 원하는 집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최근 청첩장 만남에서 만난 그는 “결혼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빚에서 출발하는 건데 그 빚조차 마음대로 못 얻는다”고 푸념했다.
‘빚도 자산이다’는 말은 자칫하면 부채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말로 왜곡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출은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분명한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다만 부채는 시대별로, 계층별로 쓰임새와 쓸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서울데이터 광장이 공개한 ‘서울시 부채 주된 이유 통계(2017~2025)’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민이 빚을 낸 가장 큰 이유는 주거 관련 부채 비율이 76.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세대 구조로 보면 불균형이 분명하다. 20대 이하의 67.9%, 30대의 67.1%가 보증금 마련을 위해 빚을 냈다. 서울에 있는 청년층이 보유한 빚의 3분의 2가 남의 집에 살기 위해 사용된 셈이다. 반면 50대(51.9%)와 60대(48.6%)는 주택 마련을 위한 부채 비중이 가장 높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격차가 벌어진다는 데 있다. 청년이 보증금 대출 이자를 갚는 동안 주택 가격은 오른다. 청년의 가장 큰 무기인 시간이 자산 형성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대출 규제 강화로 빚을 얻어 집을 구매하는 것도 쉽지 않다. 비교적 경제 활동 기간이 짧은 청년 세대에게 대출 한도는 소득이라는 단단한 천장에 막혀있다.
빚을 질 수 있다는 것은 이제 그 자체로 능력이 됐다. ‘영끌’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건 역설적으로 그게 가능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금리와 규제의 문턱도 지금보다 낮았다.
자산 격차는 언제나 있었지만 지금의 틈이 가진 문제는 ‘추격의 사다리’마저 걷어차고 있다는 데 있다. 단순히 전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빚을 진 청년이 그 빚을 갚으며 집을 구매할 돈을 모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동산 시계 앞에서는 너무 짧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