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돌아섰다.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 문장이다. 친명계 핵심인사가 전한 말 "현장에서는 김 지사가 다녀간 사실도 몰랐다." 수백명이 운집한 행사장에서, 현직 경기도지사의 방문이 주인공 진영에 인지조차 되지 않았다. 악수 한 번과 조용한 퇴장이 남긴 온도는 '화합'이 아니라 '부재'에 가까웠다.
4년 전 선거를 함께 치르고, 4년 동안 등을 돌렸고, 이제 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그 손을 기억하는 사람이 현장에 없었다. 이것이 지금 김동연 지사가 서 있는 자리다.
이틀 뒤인 22일, 같은 경기아트센터는 다른 온도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하남갑·6선)의 출판기념회 소극장은 달아올랐다. 그가 무대에서 던진 문장은 이랬다. "행정의 수장으로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실사구시 정신에 따라 또박또박 꿈을 펼쳐가는 이야기를 경기도와 함께 해보고 싶다." 공식 출마선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6선 현역이 '행정의 수장'과 '경기도'를 같은 문장에 넣는 순간 그 해석을 유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 장면은 무대 위가 아니라 객석에 있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직접 달려와 앉아 있었다. 한병도 원내대표와 강득구·문정복·이성윤 최고위원까지. 당 지도부가 경선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총출동한 것이다.
정청래 대표가 남긴 말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당대표가 특정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가도 되느냐는 말에, 인간적 도리를 다해야 한다며 망설임 없이 왔다." '인간적 도리.' 이 단어가 공개 발언으로 나온 순간, 그것은 수사가 아니라 방점이다.
경선 중립을 지켜야 할 당대표가 특정 후보의 행사에서 축사를 한 것. 그것이 어떤 신호로 읽히는지 모를 사람이 경기 정치판에 있을 리 없다. 추 의원 출판기념회와 이틀 전 김 지사의 '인지되지 못한 방문' 사이의 대비는 숫자보다 더 정확하게 현재의 당심 지형을 보여준다.
같은 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는 정반대의 폭발이 일어났다. 김병주 의원(남양주을)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오늘부로 경기지사 출마의 뜻을 내려놓는다." 출마 선언 약 한 달 반 만의 전격 철회였다.
그는 "내 승리보다 당 승리가 먼저고, 내 영광보다 이재명 정부 성공이 먼저"라고 했다. 선명한 친명 언어로 포장된 이탈이었다.
이어 철회 선언이 채 마르기도 전에 한준호 의원(고양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즉각 글을 올렸다. "함께 지켜낸 민주주의, 함께 세운 이재명 정부. 경기도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성과로 증명하겠다." 김병주 의원의 지지층을 향한 공개 수거 선언이었다. 두 의원 사이의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 타이밍은 우연이라기엔 너무 정확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추미애 의원 행사가 끝난 바로 그 건물에서 권칠승 의원(화성병·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저서 '대변인의 난중일기' 출판기념회가 이어졌다. 경쟁자들이 같은 날, 같은 건물에서 연달아 지지층을 집결시켰다. 경기아트센터는 그날 하루 경기지사 경선판의 모든 온도를 한꺼번에 품었다.
이로써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은 김동연 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권칠승 의원·양기대 전 의원의 5파전으로 재편됐다.
구도의 핵심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한쪽엔 현직 프리미엄과 '경제형 도지사' 이미지를 가진 김동연 지사가 있다.
다른 쪽엔 김용 출판기념회라는 친명 집결의 무대에서 기념촬영을 찍고, 정청래 대표의 축사를 받고, 김병주 이탈의 수혜를 나눠가진 나머지 후보군이 있다.
김동연 지사의 마지막 역전 카드는 3월2일 예정된 자신의 출판기념회다. 문제는 그 자리에 정청래 대표가 오느냐다. 22일 추미애 행사에서 '인간적 도리'를 앞세워 달려온 당 대표가 3월2일 경기도청 앞에도 나타난다면, 그것은 중립의 복원이다.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공백이 어떤 언어보다 강한 신호가 된다. 악수 한 번을 남기고 돌아선 20일의 그 뒷모습이 3월2일 무대 위에서 씻어질 수 있을지. 경기도 100일 선거전쟁은 지금 그 답을 향해 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