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국 외교의 새로운 전환점을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AI 외교’라는 새로운 개념을 국제 무대에 공식화했다.
무엇보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가 가시화됐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을 통해 GPU 26만 장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가까지 확정됐다. 여기에 캐나다와의 방산협력, 핵잠수함 공동개발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이번 APEC은 경제·안보·기술을 하나의 축으로 엮어낸 ‘융합 외교’의 장이 됐다.
2일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린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외교 슈퍼위크'가 막을 내렸다.
외교 수퍼위크의 시작은 29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슈퍼위크 '최대 고비'였다. 3개월 넘게 이어진 관세협상 교착 속에서 'APEC 전 타결은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했지만, 회담 전날까지 이어진 밤샘 협상 끝에 한미 양국은 극적으로 연간 최대 '200억 달러' 분할 투자'에 합의했다. 이로써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구조가 완성됐고, 한미 간 상호 관세율 인하안도 사실상 확정됐다. 또 해묵은 과제였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해서도 미국 측이 사실상 승인 의사를 밝히며, ‘안보 패키지’ 합의 문서화 작업이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맞춤 외교도 빛을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과 무궁화대훈장을 각각 선물하고 수여했다. 천마총 금관은 신라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것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권위를 상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아름답다. 당장 착용하고 싶을 정도”라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금관 모형에 대해서는 참모들에게 “특별히 잘 챙기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높은 파고를 넘긴 뒤, 이 대통령 외교전의 초점은 협력 확대와 관계 안정으로 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잇따라 첫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정상화와 실질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 문제와 양국 간 교류·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관계 복원을 선언했다. 또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와 한한령 해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한일 회담에서는 한일 두 정상 간 셔틀외교를 활용한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60조원 규모 초대형 잠수함 도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와도 회담을 갖고 국방·안보 등 전략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이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필리핀, 칠레,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 주요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본무대'인 APEC 정상회의에서는 '경주 선언'을 조율해내며, 대한민국의 외교적 리더십을 입증했다. 특히 APEC 최초의 인공지능(AI) 공동비전인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 프레임워크'의 채택도 이끌어냈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협력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혁신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AI 기술을 단순한 산업 혁신의 도구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편할 전략 자산으로 규정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은 "AI는 인간의 노동, 생산, 그리고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전환의 시작점"이라며, 한국이 그 변화를 설계하고 조정하는 중심국으로서 새로운 국제 기술 질서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협력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한국은 기술·데이터·인재가 선순환하는 'AI 생태계 허브국'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삼성전자·SK하이닉스 간의 협력 강화는 물론, 현대차·네이버 등 민간기업이 결합한 ‘피지컬 AI’ 네트워크는 한국이 산업 AI와 제조 AI를 동시에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제적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은 엔비디아로부터 GPU 26만 장을 확보하고, 삼성전자·SK와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협력 확대, 현대차·네이버와의 피지컬 AI 기술개발 협약 등 AI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했다.
이에 이번 APEC을 계기로 한국은 기술·통상·안보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실용외교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세계경제 속에서 AI라는 기술 의제를 앞세워 개방과 협력의 외교 무대를 새롭게 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