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활성화 정책’과 충돌 지적에는
“다른 나라와 좋은 관계 유지하기를 원해”
현대차 “구금 직원, 우리가 직접 고용한 것 아냐”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곳에 불법 체류자들이 많이 있었다”며 “이민 당국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다.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들(불법 체류자)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에 미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 단속이 미국 제조업 활성화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에는 “우리는 다른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고, 훌륭하고 안정적인 노동력을 원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단속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 관리에 대한 강경 기조를 분명히 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반드시 합법적인 입국 절차와 취업 허가를 거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드는 동시에 연방 이민법을 엄격히 집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작전은 HSI, ICE,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 여러 기관이 합동으로 실시했다. 전날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있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475명을 체포했으며, 미국 당국은 이들 중 300여 명이 한국 국적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체포된 직원들이 불법 입국했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제조업 부흥 전략과 불법 이민 단속 정책이 정면으로 맞부딪친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대차·LG엔솔 등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를 유치해 왔지만, 동시에 불법 체류자와 서류 미비 노동자에 대한 강경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WSJ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단일 이민 단속이 실시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요구 충족을 위해 미국 투자를 염두에 두는 해외 기업들에 새로운 위험을 안겨줬다”고 짚었다.
이번 단속 담당자인 애틀랜타 HSI의 특수요원 스티븐 슈랭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작전은 국토안보부 역사상 단일 현장 단속 작전으로는 최대 규모”라며 “전날 체포된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 국적자다. 일부 노동자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고 다른 노동자들은 취업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요원들이 현장에 들어가 사람들을 잡아 버스에 태우는 이민 단속 작전이 아니었다”며 “우리는 수개월에 걸친 조사를 통해 증거와 서류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법원에서 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성명에서 “구금된 직원들은 우리가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모든 시장에서 모든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고용 확인 요건과 이민법 준수가 포함된다. 우리는 모든 파트너, 협력사, 계약사 및 하도급 업체도 같은 수준의 법규 준수를 지킬 것을 기대한다”고 해명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투자 기업의 경제 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체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지아주에서 일하던 한국 국적자 상당수는 ‘B-1’ 비자 등 연수 목적에 적합한 비자를 받았으며, 그중 많은 이가 현장에서 강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현대차는 또 “모든 프로젝트 참여자가 현대차가 스스로에 요구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법규 준수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재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협력사와 하도급 업체의 고용 관행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조선,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 속한 한국 기업들은 향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미국에 약속한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