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IRA 규제 완화 발목
조선, 협업 기회와 기술 이전 리스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한미 정상회담 지원 사격을 위해 총출동한다. 단순한 외교 의전이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조선과 에너지 등 첨단 산업 현안을 직접 다루는 자리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 내 투자 확대 압박과 규제 완화 기대가 동시에 교차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24일 오후 4시께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며 방미사절단 각오를 묻는 말에 별다른 발언 없이 가볍게 인사하며 출국장에 들어갔다. 이번 방미 사절단에는 이들 재계 총수들을 비롯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등도 동행한다.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굵직한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앞서 한미 양국은 상호 관세율을 15%로 정하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간접 투자)를 조성하기로 했다. 자동차에 부과 중인 25%의 품목관세를 15%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도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에 따른 구체적인 투자 청사진이 공개되거나, 추가적인 세부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는 줄곧 동맹국 기업들에 공격적인 투자를 압박해 왔다. 이에 대응해 한국 기업들도 현지 공장 건설과 생산능력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미국의 산업 전략 변화와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라는 정치적 변수가 맞물리며, 추가 투자 요구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은 주요 공급망 파트너라는 위상을 굳히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투자 결정을 선제적으로 내리는 것이 향후 수년간의 사업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거듭된 압박에서 두 회사가 어떤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할지가 관건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해외 기업 지분 요구” 가능성을 언급하며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수요가 커지는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다.
배터리 업계도 현안이 산적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을 세우고 있지만,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규정한 북미 최종 조립, 핵심 광물 현지 조달 요건은 여전히 부담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IRA의 세부 지침 완화나 원자재 요건 유연성 확보 등의 사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조선 분야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내 해군력과 조선업 부흥을 강조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 현지에 조선소 인수·운영이나 우리나라의 함정·상선 우선 공급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안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은 이번 협업을 기대로 미국 조선산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측의 기술 이전 요구나 규제 강화 등은 부담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