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풀스택’ 요구에 韓 소버린 전략과 충돌 우려
정상회담 앞두고 후속 협상 쟁점 재부상 가능성 커져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에너지 수입을 포함한 통상 합의를 전격 타결했지만 디지털·AI 분야를 둘러싼 미국의 비관세 압박은 이제 본격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플랫폼 규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망사용료 의무화 등 기존 이슈에 더해 인공지능(AI) 기술과 인프라 분야까지 압박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AI 칩, 서버, 클라우드 인프라, 모델 등을 포함한 ‘AI 풀스택’ 기술 도입을 요구하는 ‘AI 액션 플랜’을 발표하면서 소버린(주권) AI 생태계 구축을 기조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디지털 주권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요구는 국가 기반시설 및 군사 관련 정보의 외부 노출 위험을 키우고 외국계 클라우드 서비스의 공공 부문 확대 요구는 디지털 주권 통제력 약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정밀지도 반출, 외산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의 공공시장 진입 확대 등 디지털 통상 이슈들이 협상 ‘뇌관’으로 부상했지만 안보 이슈와 함께 최종 협상 테이블에서는 제외됐다. 당장은 논의에서 빠졌지만 이들 사안이 잠재적인 압박 카드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도 여러 가지 관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무역 상대국의 비관세장벽에 대한 (철폐) 압박이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성과로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이 있는데 안심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향후 미국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뤄졌던 디지털 통상 현안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앤디 림 펠로우는 3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무역합의 축하 자리가 아닌 한국에 추가 양보를 압박하는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정밀지도 반출, 디지털 서비스 규제,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재편 등은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핵심 사안으로 이번 협상에서 다뤄지지 않은 많은 세부 이슈들이 정상회담의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단순히 무역합의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만 쓰지 않고 투자 확대나 비관세 장벽 해소, 환율 문제 등 한국에 추가 양보를 끌어내는 협상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