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환경 개선해 '장편 애니'·'세계관 브랜드' 나와야 [부상하는 K애니 ②]

입력 2025-05-2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5-05-2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국내 애니 산업, 기술보다는 '문화 소비' 격차가 문제"
정부 지원은 '찔끔', 민간 투자는 '제로'⋯K애니 이중고
디즈니·지브리처럼 '세계관 브랜딩' 해야 장기적 발전

▲영화 '알사탕'과 '이 별에 필요한', '킹 오브 킹스' 포스터 (네이버영화)
▲영화 '알사탕'과 '이 별에 필요한', '킹 오브 킹스' 포스터 (네이버영화)

지난해 '사랑의 하츄핑'의 흥행에 이어 올해 상반기 '퇴마록'이 한국 애니메이션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알사탕', '이 별에 필요한', '킹 오브 킹스' 등 다채로운 매력으로 무장한 K애니메이션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지원 감독이 연출한 '이 별에 필요한'은 넷플릭스가 독점으로 스트리밍하는 첫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다. 30일 공개 예정인 이 영화는 근미래의 서울을 무대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 비행사 난영과 음악가의 길을 잠시 멈춘 제이가 만나 각자의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담은 로맨스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미 유수의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은 한지원 감독의 역량을 보고 협업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북미에서 개봉해 흥행 중인 ‘킹 오브 킹스’ 역시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우리 주님의 생애’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00% 국내 자본으로 10년간의 준비 끝에 완성됐다. 북미 개봉 3주 만에 제작비(360억 원)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달성했다. 22일(현지시간) 기준 흥행 누적 수익은 6003만 달러(약 820억 원)로 영화 ‘기생충’의 북미 최종 수익(5384만 달러)을 돌파했다. 국내에는 7월 개봉 예정이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킹 오브 킹스'는 기획력의 승리"라며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문화에 대한 애정이 있는데, 예수님 이야기가 예쁘게 나오기를 늘 기다리고 있었다. 부활절 직전 개봉해 관객들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영화였다"라며 흥행 이유를 밝혔다.

K애니가 모처럼 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이나 일본 등 애니메이션 선진국에 비하면 제작 환경이 열악한 게 사실이다.

'퇴마록'을 제작한 로커스 스튜디오의 황수진 부사장은 최근 본지와 만나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가족이나 아동용 중심이라 성인 관객들이 볼만한 콘텐츠가 부재하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만화 영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굉장히 오랫동안 고착화해 활로 모색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인식 속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고, 그나마 수요가 있는 관객들은 디즈니나 픽사, 지브리 등 외국 애니메이션을 주로 수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2년 전 한국 관객들은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관람했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각각 누적관객수 550만 명, 490만 명을 돌파, 한국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위축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흥행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 스틸컷 (메가박스중앙㈜)

올해 기준 역대 한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관객수 1위는 '겨울왕국 2'로 1300만 명을 기록했다. 10위 안에 한국 애니메이션은 단 한 편도 없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너의 이름은.', '극장판 귀멸 칼날: 무한열차편' 등 글로벌 흥행 1억 달러 이상의 애니메이션이 25편에 달한다. 반면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경우 '마당을 나온 암탉'이 1277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치며 1위를 기록 중이다.

황 부사장은 "사실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로는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문화 소비의 차이"라며 "일본은 오타쿠 문화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한국 시장은 드라마나 영화, 예능에 치중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일본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면 편의점, 굿즈 회사, 게임 회사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참여하는 제작위원회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3D 애니메이션인 '퇴마록'도 기획 단계에서 게임·OTT 등 여러 콘텐츠 회사들과의 협업을 모색했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자체 인력 위주의 극장용 개봉으로 선회했다.

이 같은 문화 인식의 차이를 비롯해 정부의 예산 지원 방식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민간 경제 주체들의 투자가 여의치 않은 실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간절하지만, 소규모 예산 지원 및 방식이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애니메이션 제작 관계자는 "한국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민간 투자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데, 정부의 지원 역시 단발성이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적은 예산을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 조금씩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비교하면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린다. 수많은 애니메이터가 그림이나 CG 작업에 투입되는데, 최소 5년은 소요된다"라며 "기획, 촬영, 편집 등 단계별로 세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황 부사장 역시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애니메이션을 완성한 이후 금전을 보증해주는 제도로 가야 한다"라며 "특히 유럽 쪽은 완성 후 시장에 나오면 무조건 쓴 돈에서 40%를 돌려준다. '완성 보증 제도'라는 것인데, 그러면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숨통이 트인다"라고 설명했다.

지브리처럼 '제작사'가 기억되어야⋯"제작사 브랜딩 필요한 상황"

한국 애니메이션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콘텐츠를 넘어 산업과 세계관을 갖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우리나라의 경우 '작품'은 기억되지만 '제작사'는 기억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라며 "지브리와 디즈니는 제작사가 아니라 브랜드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제작사의 브랜딩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브리는 성장과 자연, 디즈니는 꿈과 희망이라는 정서를 선점하며 관객의 기억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라며 "반면에 한국 애니메이션은 개별 IP(지적재산권)의 인지도는 높지만, 제작사 이름이나 철학은 관객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취약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애니메이션도 개별 캐릭터 중심 소비에서 벗어나 스튜디오 혹은 작가 중심의 '세계관 브랜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극장용에 국한하지 말고 TV, OTT, 뮤지컬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웹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노철환 교수는 "TV, OTT, 소설, 게임,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도록 다매체 기획 전반을 지원하는 이른바 '트랜드미디어 펀드'도 고려할 만 하다"라며 "아직 선례가 부족할 뿐 두터운 팬층과 시장 성장이 보장된 만큼 조만간 성공적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등장을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사랑의 하츄핑'과 '퇴마록'을 배급한 쇼박스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장르가 코로나19 이전 국내 영화 시장에서는 다소 마이너한 장르로 여겨졌다"라며 "영화 시장이 변한 이후에는 확고한 팬덤 기반으로 개봉 초기에 화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사랑의 하츄핑'이나 '퇴마록'의 경우는 TV애니메이션, 원작 도서 등에서 인지도를 충실히 쌓아온 IP들이어서 원작의 힘을 디딤돌 삼아 개봉을 진행해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환율 급등에 증권사 외환거래 실적 ‘와르르’
  • 조세호·박나래·조진웅, 하룻밤 새 터진 의혹들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15:13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101,000
    • -0.94%
    • 이더리움
    • 4,718,000
    • -0.38%
    • 비트코인 캐시
    • 855,000
    • -3.06%
    • 리플
    • 3,109
    • -4.01%
    • 솔라나
    • 206,100
    • -3.33%
    • 에이다
    • 654
    • -1.95%
    • 트론
    • 426
    • +2.16%
    • 스텔라루멘
    • 375
    • -1.57%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850
    • -1.75%
    • 체인링크
    • 21,160
    • -1.35%
    • 샌드박스
    • 221
    • -2.6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