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은 30일 한국금융학회와 함께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 :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향후 공개시장운영 방향에 대해 “정례적 RP 매입 등을 통한 탄력적 유동성 공급을 병행하여 본원통화 수요 변화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를 맡은 공대희 한은 금융시장국 공개시장부장은 정책 변화가 필요한 이유로 최근 공개시장운영의 여건이 변화한 점을 짚었다. 시장의 유동성 공급이 줄고, 비은행 부문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공 부장은 “비은행금융기관이 시중 유동성 및 초단기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콜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콜금리가 RP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약화되고 RP 금리의 콜금리에 대한 영향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빅테크 기업의 선불충전금 등 새로운 지급결제수단과 금융의 디지털화 진전으로 금융기관의 지급준비금(지준) 수요를 늘려 본원통화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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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부장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흡수해야 할 초과 유동성(본원통화 공급 - 본원통화 수요)의 규모가 국외부문으로부터의 유동성 공급 축소, 본원통화(현금통화+지준예치금) 수요의 꾸준한 증가 등으로 축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수신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이들 기관의 대규모 예금인출 발생 시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한은의 RP 매입은 위기 시에만 활용하는 수단으로 여겼다. 그러나 공개시장운영 여건 변화를 고려해 RP 매입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우한솔 금융시장국 시장운영팀 과장은 “(RP 매입은) 흡수 위주로 공개시장운영을 하고 있으니깐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반응도 비정례적으로 보고, (RP 매입 시) 문제가 생겼다고 보니깐 상·하방으로 금리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확보하는 데 제한이 걸려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RP 매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낙인효과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RP 매입의 적극적인 활용을 도모하겠다는게 검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장기 RP매입 제도(기조적 유동성 공급), 대기성 RP매입 제도(금융불안 시 신속한 유동성 공급)의 확충 필요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조적 유동성 흡수 수단인 통화안정증권의 역할과 기능을 재점검해 포괄적인 운용전략을 모색하는 등 발전적 활용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공 부장은 “통안증권은 한국은행의 대표적인 증권성 부채로서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한은 대차대조표의 규모 및 구성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중앙은행 부채관리 차원에서 활용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